정갑영 전 총장 "이대로 가면 필연적 장기침체…경제 생태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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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세습을 막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명예특임교수·사진)은 22일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필연적으로 장기침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늘어나는 규제로 노동 투입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자본·인력의 해외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가 결정된 것은 아닌 만큼 장기침체 상황에 치닫기 전에 경제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도 노동개혁 등에 나서는 것을 고민할 때”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벼랑 끝 갈등’을 빚는 등 치열한 개혁에 나서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출산율 향상 정책도 주문했다. 정 전 총장은 “잠재성장률의 빠른 하락을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출산율 정책에 재정을 풀어야 한다”며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의 단기적 지원책은 지양하고 주택·교육·육아 환경을 개선하는 데 재원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3월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오는 27일 입법예고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그는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을 하는 추세가 약화되고 있는 등 빈곤의 세습을 막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며 “지방 명문고가 상당수 사라지면서 지역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집안의 학생들이 수도권 인근 학교로 전학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자사고를 없애는 제도는 고소득 계층만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무역질서가 붕괴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전 총장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다자무역 체제가 훼손되고 있다”며 “다자무역 체제의 금이 가면서 그만큼 국가 간 양자체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 관계를 맺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유로존에서 탈퇴하려는 영국이 각 국가별로 협의를 다시 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은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세 부과 등 보유한 경제 카드가 많다”며 “이 같은 강대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