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안 가고 20만원이면 해결"…성행하는 '층간소음 보복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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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 지속되면서 ‘층간소음 스피커’를 비롯한 ‘층간소음 보복템(보복용 아이템)’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판매 업체들은 “이사 비용과 비교하면 20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층간소음 관련 민원건수는 6년새 3배 이상 급증하면서 스피커, 망치, 안마기 등 다양한 도구들이 층간소음 보복 용도로 판매 중이다.
'고무망치' '안마기'까지 동원
◆‘층간소음’ 스피커 상품만 100여개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정모씨(33)는 지난달 층간소음 스피커를 구매했다. 내집 마련에 성공한 정씨였지만 그 기쁨도 잠시, 윗집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와 문 닫는 소리에 새벽마다 잠을 설쳤다. 앞서 정씨는 윗집에 과일보따리를 건네며 양해를 구하고 슬리퍼도 선물했다. 하지만 윗집은 “평소 집에서 슬리퍼를 신지도 않는데 쥐 죽은 듯이 살란 말이냐”며 정씨 선물을 거절했다. 이같은 반응에 정씨는 지지대가 달린 출력 140W 우퍼스피커를 샀다. 천장에 바짝 붙인 스피커로 음악 틀기를 거듭하자 그때서야 소음이 잦아들었다. 정씨는 “소음에 소음으로 보복하자 편하게 잘 수 있게 됐다”며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으면 우퍼스피커 구매를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22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층간소음 스피커’를 검색하면 100여개 상품이 나온다. 층간소음 스피커는 지지대, 우퍼스피커, 앰프 등으로 구성된다. 진동을 일으키는 저음역이 강조되는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밀착해 윗집에 소음을 전달하는 식이다. 우퍼스피커 대신 ‘골전도 스피커’가 쓰이기도 한다. 골전도 스피커는 진동판을 아예 벽면에 붙이는 방식으로 “우퍼스피커보다 우리집 소음은 줄이고 윗집 소음을 키웠다”는 게 업체측 홍보문구다. 한 업체는 “방문 시 절대 무기를 들고 가거나 몸싸움하지 말라”며 층간소음 대응요령까지 소개한다. 심지어 회사 사이트를 통해 공사장 소음, 휴대폰 진동음 등이 담긴 음원을 제공하는 업체도 있다.1만원대 가격으로 온라인 주문이 가능한 ‘층간소음용 고무망치’는 층간소음용 스피커와 함께 자주 쓰이는 보복용 도구다. 층간소음을 주제로 개설된 한 네이버 카페에는 “어깨에 걸치는 안마기를 천장에 부착해 층간소음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유되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쑥을 피우거나 담배를 피워 환풍구로 냄새를 윗집에 보낸다”는 식의 장소별 소음 대응법도 게시글로 올라올 정도다.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한 회원은 “윗집에 하소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이사 가거나 소송을 하는 것보다 같은 소음으로 맞대응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고의적인 소음 유발은 형사처벌 대상
하지만 윗집 소음에 소음으로 보복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소음을 전달하는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형법은 물리적인 접촉을 가하지 않고서 신체에 간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는 행위도 폭행으로 본다. 위층에서 낸 소음은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아 폭행죄로 처벌 받는 경우가 드물다. 사안이 경미한 경우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10만원 가량 벌금이 부과되는 게 일반적이다.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2012년 8795건이었던 층간소음 관련 민원 건수는 지난해 2만8231건을 기록했다. 6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이 잇따르자 국토부는 ‘공둥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 기준’을 개정해 고시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층간소음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공동주택의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에 대해 사전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지난 5월 감사원이 공공·민간아파트 191가구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14가구(60%)에서 소음 차단구조가 최소 성능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힌 뒤 나온 대책이다.일각에선 전국 아파트를 전수조사해 층간소음 관련 부실공사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며 갈등 조정을 돕고 있지만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기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