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재용 측 "뇌물 강요 받은 것…자발적 지원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두 번째 파기환송심에서 '승계 현안'과 '자발적 뇌물 지원' 여부를 놓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2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두 번째 공판에서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 청탁을 2심 재판부와 달리 대법원은 인정했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원활히 할 목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지원한 점을 인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삼성의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정하지 않은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지난 8월 열린 선고공판에서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으므로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 제공한 뇌물공여 인정액수가 50억원 추가됐다.

이날 특검은 "합병,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방안, 금융지주회사 전환 현안 등은 대법원에서 포괄 현안으로 인정됐던 승계 작업의 핵심"이라며 "이 때문에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문서를 재판부에 입증 자료로 제출했다.반면 이 부회장 측은 "자발적 지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승마를 지원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질책 때문이다. 자발적 의사에 의한 지원이 전혀 아니었다는 부분은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기업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라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강요에 의한 뇌물'임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대법원이 이 부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기 때문이다.대법원은 신 회장에 대해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은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란 점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이날 유무죄 심리에 이어 다음달 6일 양형 판단을 위한 재판을 한 차례 더 연 뒤 이 부회장의 재판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최종 선고는 빠르면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삼성이 최서연(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와 영재센터에 제공한 후원금까지 뇌물로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는 원심 36억원에서 현재 86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게 돼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