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 경쟁' 치열한 법률시장도 성공보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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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사건 착수금 100만원 하락
성공보수 비중은 높아져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도 착수금은 최대한 줄이고 성공보수 비중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해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22일 “5년 전만 해도 민사사건 착수금의 최소 기준이 5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400만원가량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대신 전체 수임료에서 성공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아졌다.

집단소송을 기획하는 법무법인들은 착수금을 한푼도 받지 않는다. 한 변호사는 “착수금이라는 문턱을 낮춰 최대한 많은 피해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호사가 사건 수임 여부를 검토할 때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착수금을 줄이고 성공보수를 많이 받는 쪽으로 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2015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는 무효”라고 판결한 뒤 형사 분야에선 한동안 성공보수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 변형된 모습으로 성공보수 약정이 되살아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착수금으로 일정액을 먼저 수령한 뒤 재판이 끝나면 잔금을 받거나 착수금을 많이 받은 다음 패소하면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있다”며 “단순 분할 약정, 후불, 착수금 할인 등의 형태를 띠지만 모두 성공보수의 변칙적 모습”이라고 말했다.법령이 아니라 판례를 통해 형사사건 성공보수가 금지됐기 때문에 성공보수를 받은 변호사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애초에 성공보수 계약 자체가 무효인 만큼 의뢰인이 성공보수를 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변호사들이 ‘사실상의 성공보수’ 약정을 맺는 이유는 의뢰인이 원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으로서는 처음부터 목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성공보수라는 인센티브를 활용해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도록 할 수 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규제하면서 청년 변호사의 어려움만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착수금을 낮추고 성공보수를 올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게 대형 로펌과 전관 변호사에게 대항하는 청년 변호사들의 무기였다”며 “성공보수가 무효가 되면서 오히려 사건이 전관 출신에게만 몰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