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청와대 앞 첫 철야농성…"죽음 각오하고 단식 계속"

'지소미아 종료 연기'에도 "산 하나 넘었을 뿐…공수처·연비제 저지"
"건강 염려" 주위 만류에 농성장 떠났다가 유턴…침낭서 '노숙단식' 강행
단식 사흘째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청와대 앞에서 첫 철야농성을 벌였다.황교안 대표는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주변에 침낭과 이불 등을 가져와 노숙했다.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하고 나서 천막 밖 노숙은 처음이다.

황 대표는 애초 청와대 앞을 단식 장소로 잡았다.그러나 대통령 경호 문제로 천막 설치가 불허되자 국회에 천막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밤을 보낸 뒤 새벽에 청와대 앞으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날은 "건강이 염려된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국회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청와대 앞에서 잤다.

오후 9시께 차를 타고 농성장을 떠났다가 약 1시간 만에 돌아와서다.한국당 공보실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황 대표가 청와대 앞 철야 단식을 완강히 원해 청와대 100m를 준수한다"면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두려운 것이 없다.

지켜야 할 가치를 잃은 삶은 죽음이기에, 죽어서 사는 길을 갈 것"이라며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고 적었다.
황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의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20일 단식에 돌입했다.

23일 0시로 예정됐던 지소미아 종료가 사실상 연기됐지만, 황 대표는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며 나머지 2개 조건을 내세워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김명연 수석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당 공식 입장문에서 "공수처·연비제 저지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단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황 대표의 철야농성에 맞춰 의원들을 비상 소집했다.

이날 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발표될 당시 농성장 주변에는 30여명의 현역 의원이 모였으며, 이들은 입장문 발표 직후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엄동설한' 천막서 하룻밤…황교안 단식 시작하는 날 / 연합뉴스 (Yonhapnews)
지소미아 종료 연기가 발표되기 직전 청와대 앞 농성장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돼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황 대표를 찾았다.

이들은 아들의 사망에 대해 "사고가 아니라 북한의 의도적 행위였다"고 말했고, 황 대표는 "아주 정확한 말씀"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북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웜비어 부모가 황 대표의 단식을 두고 "당신이 자랑스럽다", "당신은 영웅"이라고 하자 황 대표도 이들에게 "You are a hero"(당신도 영웅)이라고 화답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귀국하려던 일정을 앞당겨 22일(현지시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3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나 원내대표는 귀국 직후 청와대 앞으로 향해 황 대표를 만나 안부를 물을 예정이다.

황 대표 농성장에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동료 의원들 및 지지자들의 응원 방문이 이어졌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지도부 및 의원 총사퇴를 주장한 김세연 의원은 황 대표를 찾아 "한국당이 거듭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황 대표는 당초 이날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단식 중인 만큼 조경태 최고위원이 대신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