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들 "韓수출규제는 징용판결 보복…철회해야"(종합)

아사히 "日, 이성적인 사고해야" 강조…도쿄신문도 비슷한 논조 사설
'수출규제-징용문제 별개'라는 日정부 주장에도 이례적 '목소리 내기'
日언론들 '한일 지소미아 종료 정지' 1면톱…"한국이 양보" 시각
일본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아사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효력 정지와 관련해 23일자 조간에 게재한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사설에서 "일본 정부가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징용공(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보복임에 틀림이 없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으니 일본 정부도 이성적인 사고로 돌아가 수출 규제에 대한 협의에 진지하게 임하고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의 사설은 그동안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정부와 보조를 맞춰 '징용 문제와 수출 규제 강화는 별개'라고 보도해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일본 언론들은 7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자 한동안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가 일본 정부가 '별개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슬그머니 정부와 논조를 맞췄었다.

아사히신문처럼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강화를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도쿄신문에서도 나왔다.

도쿄신문은 '(지소미아)실효 동결을 계속 살리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이 수출관리 강화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표명했다"며 "일본 정부도 수출관리(강화) 재검토를 적극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이날 일제히 조간 1면 머리기사로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대대적인 관심을 보였다.

신문들은 한일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을 피했다며 환영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한일 간 향후 논의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양보를 했고 일본 정부는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하라'는 기존 입장을 지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 냈다는 식의 분석을 통해 아베 정권의 외교 성과임을 강조하는 보도 행태도 눈에 띄었다.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관계의 치명적인 악화는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며 "동아시아 안보에 한미일간 협조 체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미국이 한국을 설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며 일절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강조했다"며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일본이 양보해 관계를 유지해온 지금까지의 한일 관계를 리셋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일본 정부를 치켜세웠다.

요미우리는 "한일 간 차관급 인사들이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물밑에서 접촉해왔다"며 "21일 한국이 일본에 WTO 분쟁 처리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사태가 진전됐다"고 협상 뒷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으로부터 이런 의사를 전달받은 일본 정부가 '한국이 꺾였다(한국이 주장을 꺾었다)'고 받아들여 수출 규제 강화 관련 정책 대화의 재개를 결정했고, 이에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을 했다.
요미우리는 이와 함께 지소미아 관련 분석 기사를 통해 "한국이 중국·러시아·북한 진영과 미국·일본 진영 사이에서 중립을 지향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를 바꾸는 것이 되니 미일 간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이 지소미아 유지와 WTO 제소 절차 중단이라는 양보를 끌어낸 대신 한국이 원해 온 국장급 협의에 응해 한국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2개의 조처를 한 대신 일본은 수출 규제 해제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밝히지 않은 채 협의에 응하는 수준이어서 한국 내에서 반발이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지소미아 종료가 임박하자 일본 정부 내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미국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지소미아 종료를 피하기 위한 대응 마련을 촉구한 것이 협정 종료 효력 정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종료 시한이었던 23일 0시에 가까워지면서 총리 관저 주변에서 '한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부각했고, 수출 규제 강화 조치의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의 사무차관이 각각 총리 관저를 드나들며 지소미아 종료 회피를 위한 안을 검토해왔다. 마이니치신문은 "한일 정부가 아슬아슬하게 지소미아와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 규제를 둘러싼 대립을 회피해 안전보장과 경제에 영향이 이어지는 악순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며 "하지만 강제징용 문제라는 최대의 현안을 둘러싼 대립구조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