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대표 "제2 브렉시트 투표서 중립지킬 것"…첫 의견 표명

코빈, BBC 출연해 "집권하면 국가 단결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
노동당, EU 탈퇴 지지하는 노동자·서민 유권자 겨냥 '신중모드'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자신이 이번 총선에서 이겨 총리가 된다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코빈이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빈 대표는 22일 저녁(현지시간) BBC 방송의 토론프로그램 '퀘스천 타임'에 출연해 "내가 총리라면 그때 가서 나는 (브렉시트 투표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면서 "국민투표의 결과를 (총리로서) 실행에 옮기고 국가와 사회를 단결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은 자신들이 다음 달 12일 총선에서 승리하면 보수당 정부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탈퇴협정안을 EU와 재협상한 뒤 이를 EU 잔류라는 다른 방안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이다.코빈은 "(국민투표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또다시 영국 전체를 EU 탈퇴 여부에 대한 찬반으로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향후 6개월 이내에 국민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의 대표적인 유럽 회의론자에 속하는 코빈이 EU 탈퇴 찬반을 묻는 제2의 국민투표가 진행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숙적인 코빈에게 EU 탈퇴를 지지하는지 잔류를 지지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해왔다.브렉시트에 대한 찬반은 노동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중진 이상의 고참들은 영국이 EU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반면에 기층에서는 EU 탈퇴를 원하는 유럽 회의론도 상당하다.

특히 노동당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밀집 거주지역에서 EU 탈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을 앞두고 브렉시트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루는 분위기다.코빈의 '중립' 발언 역시 이런 접근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입장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코빈은 그동안 이미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가 결정된 만큼 브렉시트를 반대하지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대신 그는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잔류 등 가능한 한 EU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만을 강조해왔다.이날 코빈의 '중립' 발언에 대해 존슨 총리는 같은 방송에서 "그 문제에 대해 중립을 지킨다거나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EU와 새로운) 합의를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