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소피 무터 "음악 듣는 것만으로도 나은 삶 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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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내한공연…베토벤 250주년 기념해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
어린 시절 너무 커다란 영광은 오히려 짐이 되기 쉽다. 사람들의 기대 수준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14세에 '아무도 모른다'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수사한 야기라 유야는 칸 수상이 배우로 성장하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안네 소피 무터(56)는 소싯적,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3세의 나이에 루체른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마에스트로' 카라얀의 눈에 들어 베를린필과 협연했다.
데뷔 음반이 카라얀과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으니 그는 분명 재능 넘치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다른 천재들이 성장통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삶은, 적어도 직업적인 측면에서는 늘 순풍을 탔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는 정경화, 빅토리아 물로바, 고토 미도리 등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선두권에 늘 이름을 올렸다.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과 '폴라 뮤직상'을 비롯한 수많은 공로상도 받았다.
'바이올린의 여제'로까지 불렸던 무터는 지금도 율리아 피셔, 힐러리 한 등 후배들과 함께 바이올린 연주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카라얀 키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는 무터가 1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 리사이틀은 3년 만이다.
2016년 리사이틀이 데뷔 40주년을 기념한 투어였다면 이번에는 내년 베토벤 250주년 탄생을 기념하는 세계 투어의 일환이다.
무터는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소나타 4번과 5번 '봄', 9번 '크로이처'를 연주한다.
"이 세 곡을 고른 것은 바이올린 소나타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죠. 18세기 초반에 바이올린은 피아노 같은 수준의 솔로 악기가 아니었는데 베토벤이 바이올린 위상을 높였죠. 4번은 상대적으로 바로크적인 데 비해 5번은 그보다 크게 발전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의 관계가 훨씬 밀접해집니다.
9번은 더 나아가 바이올린 콘체르토 같은 느낌을 줍니다.
"
최근 이메일을 통해 연합뉴스와 만난 무터는 이렇게 말하며 "각 소나타의 특징을 비교하는 게 재미있는 만큼, 관객들이 그 부분을 잘 살려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터는 지난 1998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복도 많았다.
이 앨범으로 에코클래식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다.
당시 연주가 호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베토벤을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태양도 매일 뜨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듯, 20년 전의 연주와 지금의 연주는 모든 점에서 달라졌다.
템포,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등에서 전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익히 알려졌듯, 내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이번 연주회는 "베토벤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무터에 따르면 베토벤은 늘 "평등의 가치를 중시했던" 작곡자였다.
한때 프랑스혁명의 전도사였던 나폴레옹을 찬양하다 그가 독재자로 돌변하자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베토벤. 무터는 베토벤의 음악에 항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시대에 상관없이 음악에 메시지를 담아놓았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울림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이 곧 저에게도 의미 있는 것입니다.
"
그는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을 통해 젊은 음악가들을 20년 넘게 후원해오고 있다.
독주뿐 아니라 실내악단(무터 비르투오지) 활동도 한다.
그는 이런 다양한 활동 속에서 한국인 후학들과도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가장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는 물론 최예은입니다.
제 스트링 콰르텟의 세컨드 바이올리니스트기도 하죠. 독일에 살고 있고 저의 수양딸이기도 하고요.
저를 위해 한국 음식을 해 주는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저의 재단을 통해 관계 맺고 있는 비올리스트 이화윤, 첼리스트 김두민도 있습니다.
"
그는 거의 일평생 음악과 인연을 맺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기교를 완성하기 위해 바이올린 연습에 매진했고, 기교가 완성되고 나서는 음악에 자신의 삶을 담기 위해 내면을 담금질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시간의 더께가 묻어날수록 강하고 현란함으로부터 벗어나 작고 소박해졌다.
젊은 시절 음악이 시끌벅적하게 맞장구치고, 웃고 즐기는 재미있는 친구였다면 현재의 음악은 그저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는 지음(知音)에 가깝다.
"음악은 모두의 삶에 선물과 같은 존재이고,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음악은 함께 즐길 수 있고, 승자와 패자 즉 경쟁이 없고, 언어를 뛰어넘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하죠. 우리가 행복하든 슬프든, 무슨 일을 겪든, 음악은 언제나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연합뉴스
어린 시절 너무 커다란 영광은 오히려 짐이 되기 쉽다. 사람들의 기대 수준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14세에 '아무도 모른다'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수사한 야기라 유야는 칸 수상이 배우로 성장하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안네 소피 무터(56)는 소싯적,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3세의 나이에 루체른페스티벌에서 공연했고, '마에스트로' 카라얀의 눈에 들어 베를린필과 협연했다.
데뷔 음반이 카라얀과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으니 그는 분명 재능 넘치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다른 천재들이 성장통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삶은, 적어도 직업적인 측면에서는 늘 순풍을 탔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는 정경화, 빅토리아 물로바, 고토 미도리 등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선두권에 늘 이름을 올렸다.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과 '폴라 뮤직상'을 비롯한 수많은 공로상도 받았다.
'바이올린의 여제'로까지 불렸던 무터는 지금도 율리아 피셔, 힐러리 한 등 후배들과 함께 바이올린 연주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카라얀 키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는 무터가 1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오케스트라 협연 무대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는 리사이틀은 3년 만이다.
2016년 리사이틀이 데뷔 40주년을 기념한 투어였다면 이번에는 내년 베토벤 250주년 탄생을 기념하는 세계 투어의 일환이다.
무터는 오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소나타 4번과 5번 '봄', 9번 '크로이처'를 연주한다.
"이 세 곡을 고른 것은 바이올린 소나타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죠. 18세기 초반에 바이올린은 피아노 같은 수준의 솔로 악기가 아니었는데 베토벤이 바이올린 위상을 높였죠. 4번은 상대적으로 바로크적인 데 비해 5번은 그보다 크게 발전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의 관계가 훨씬 밀접해집니다.
9번은 더 나아가 바이올린 콘체르토 같은 느낌을 줍니다.
"
최근 이메일을 통해 연합뉴스와 만난 무터는 이렇게 말하며 "각 소나타의 특징을 비교하는 게 재미있는 만큼, 관객들이 그 부분을 잘 살려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터는 지난 1998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상복도 많았다.
이 앨범으로 에코클래식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다.
당시 연주가 호평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베토벤을 연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태양도 매일 뜨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듯, 20년 전의 연주와 지금의 연주는 모든 점에서 달라졌다.
템포,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 등에서 전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익히 알려졌듯, 내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이번 연주회는 "베토벤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무터에 따르면 베토벤은 늘 "평등의 가치를 중시했던" 작곡자였다.
한때 프랑스혁명의 전도사였던 나폴레옹을 찬양하다 그가 독재자로 돌변하자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베토벤. 무터는 베토벤의 음악에 항상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시대에 상관없이 음악에 메시지를 담아놓았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울림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이 곧 저에게도 의미 있는 것입니다.
"
그는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을 통해 젊은 음악가들을 20년 넘게 후원해오고 있다.
독주뿐 아니라 실내악단(무터 비르투오지) 활동도 한다.
그는 이런 다양한 활동 속에서 한국인 후학들과도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가장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는 한국인 연주자는 물론 최예은입니다.
제 스트링 콰르텟의 세컨드 바이올리니스트기도 하죠. 독일에 살고 있고 저의 수양딸이기도 하고요.
저를 위해 한국 음식을 해 주는데 굉장히 맛있습니다.
저의 재단을 통해 관계 맺고 있는 비올리스트 이화윤, 첼리스트 김두민도 있습니다.
"
그는 거의 일평생 음악과 인연을 맺어왔다.
어린 시절에는 기교를 완성하기 위해 바이올린 연습에 매진했고, 기교가 완성되고 나서는 음악에 자신의 삶을 담기 위해 내면을 담금질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시간의 더께가 묻어날수록 강하고 현란함으로부터 벗어나 작고 소박해졌다.
젊은 시절 음악이 시끌벅적하게 맞장구치고, 웃고 즐기는 재미있는 친구였다면 현재의 음악은 그저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는 지음(知音)에 가깝다.
"음악은 모두의 삶에 선물과 같은 존재이고,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음악은 함께 즐길 수 있고, 승자와 패자 즉 경쟁이 없고, 언어를 뛰어넘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하죠. 우리가 행복하든 슬프든, 무슨 일을 겪든, 음악은 언제나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