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환영식장 덮친 '확성기 시위' 소음…靑 "민망하고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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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지난주 한 평일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에선 영어가 흘러나왔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 등이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동시통역으로 전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날 선 비판이 확성기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가며 울려 퍼졌다.
브루나이 국왕 환영행사 중
확성기로 '문재인 하야' 울려퍼져
靑 "시위대에 협조 요청했는데…"
박재원 정치부 기자
이날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의 서촌 일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자신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대한민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자국민이 영어로 통역까지 하는 성의를 보이며 대통령을 욕하는 이상한 나라로 보이지 않았을까. 청와대 참모들은 “저녁시간에는 확성기 소리가 대통령 관저까지 들린다”고 말했다.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들을 ‘특별히’ 한국으로 초청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에도 상황은 반복됐다. 문 대통령은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브루나이 국왕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24일 오전 11시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하자 문 대통령이 영접했고 이어 대정원 사열대로 이동했다. 양국 국가가 연주되면서 양 정상이 의장대를 사열하는 동안 청와대 앞 시위대의 음악 소리가 청와대를 ‘점령’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처 및 외교부가 종로경찰서를 통해 공문을 보내 시위대에 협조를 요청했고, 종로경찰서가 24일 아침부터 집회 현장에 나가 국빈 방한 행사가 있으니 협조해 달라고 했으나 시위가 계속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애국가와 브루나이 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국가보다 집회 현장의 음악 소리가 더 커서 민망하고 황당했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하는 시위겠지만 국빈을 맞을 때는 10∼20분만이라도 멈췄으면 되지 않았을까”라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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