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보호관찰제…"주 1회·10분 면담이 고작"

조두순 출소 1년 앞두고
인천보호관찰소 가보니…

보호관찰관 1명, 128명 담당
"인력난에 심층교화 엄두 못내"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의 홍범선 계장이 지난 18일 한 전자발찌 착용자를 만나 면담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A씨가 매일 특정 장소에서 한두 시간씩 머무르는 게 보이죠? 이 사람이 자주 가는 PC방이 여기 있거든요. B씨는 지금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난 18일 만난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의 홍범선 계장(40)이 전자발찌 위치추적 프로그램인 ‘유가드(UGuard)’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홍 계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 아홉 명의 일과를 속속들이 꿰차고 있었다.홍 계장은 보호관찰관이다. 출소자의 안전한 사회복귀를 돕고 재범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재범한 사람이 292명에 달하면서 보호관찰관들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8년 한 여자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2020년 12월 13일)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홍 계장은 “대상자들이 재범한다면 대다수 출소 1년 내에 한다”며 “이들이 출소 초기에 사회에 잘 정착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범죄 예방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보호관찰관들이 대상자를 심층 교화하기란 쉽지 않다. 홍 계장만 해도 현재 전자발찌 부착자 아홉 명에다 일반 보호관찰 대상자 70여 명을 관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522명의 보호관찰관이 19만4700여 명을 관리하고 있다. 보호관찰관 한 명이 128명을 관리하는 꼴이다. 2016년(142명), 2017년(138명)과 비교할 때 매년 조금씩 인력 충원이 이뤄지곤 있지만 뉴질랜드·영국(15명) 일본(21명)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보호관찰관들은 전자발찌 착용자를 주 1회 면담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그러나 한 번 만나는 시간은 대개 10분 남짓이다. 일반 보호관찰 대상자는 접촉 횟수가 더욱 적다. 홍 계장도 이날 인천 강화도 등을 오갔지만 네 명의 대상자를 면담하는 데 그쳤다.

야간에 근무하는 보호관찰관 인력은 더욱 줄어든다. 대상자가 야간 이동제한 명령을 어기는 등 밤에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보호관찰 대상만 계속 늘릴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 인력을 먼저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