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모과를 깎다 - 이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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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몰랐다
썩은 부위가 커질수록 향이 짙어지는 모과한번 갈라 볼까요
잘 썩어 하나 된 입
말랑말랑한 몸
트림을 참아도 새어 나오는 내 냄새한숨마저 달콤해
보나 마나
우린 잘 썩어가고 있습니다
시집 <좀 더 자렴,>(포지션) 中썩은 부위가 커질수록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면, 그건 참 견디기 어려운 삶일 거예요. 자기 냄새를 맡아 보면 알게 되겠지요.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지. 그래서 향이 짙어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혹 자기 냄새를 참을 수 없다면, 긍정할 수 없다면 삶도 그만큼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잘 살아간다는 건 모과처럼 잘 썩어가는 일임에 다름 아닐 거예요.
김민율 < 시인(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