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선거 '친중파 몰락'에 시진핑 '중국몽' 구상 흔들

범민주 득세 속 친중파 시민 거부감에 강경대응 명분 약화
'일국양제' 토대로 대만 통일 이루려는 구상도 차질 전망
홍콩 시위 사태의 분수령인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고 친중파가 참패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 구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앞세워 홍콩, 마카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대만 통일까지 염두에 뒀던 시진핑 주석의 구상이 홍콩 내 반중 정서 확대로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 주석이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를 언급하며 사실상 직접 개입에 나선 상황에서 홍콩 선거에 친중파 몰락이라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향후 대규모 문책성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전날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고 친중파가 몰락하자 적잖이 당황하면서 향후 홍콩 사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시진핑 주석의 홍콩에 대한 강력한 통제 발언 이후 시위 진압의 강도를 높여왔던 터라 사실상 반중 감정을 드러낸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후속 대처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6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이뤄진 이번 선거에 총 294만명의 유권자가 투표해 사실상 홍콩 민심을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가 홍콩 반환 후 친중파를 늘리는 데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선거 결과는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특히 시진핑 주석의 절대 권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해외 순방 중인 브라질의 브릭스 회의 기간에 내정인 홍콩 문제를 언급하며 최후통첩을 보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시 주석은 당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며 사실상 중국 중앙 정부가 공개적으로 강력히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 후 지난 16일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수십명이 홍콩 시내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벌였다. 또한 시위대의 핵심인 홍콩 이공대에 대한 대규모 진압 작전으로 사실상 시위 사태가 종결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홍콩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함에 따라 시위대가 다시 힘을 얻어 세를 불릴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와 경찰은 강경 진압 명분을 찾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시진핑 지도부는 홍콩 사태 장기화와 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조만간 캐리 람 장관 경질과 더불어 홍콩 업무 관련 인사들에 대해 대대적인 문책 인사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주목할 점은 중국 최고지도부 가운데 홍콩 문제를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의 문책 여부다.

그러나 최고지도부 일원인 한정 부총리에 책임을 물을 경우 최종 보고를 받았던 시 주석 또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캐리 람 장관을 경질하면서 쇄신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에게 이번 홍콩 선거 참패가 뼈아픈 것은 홍콩을 일국양제의 모범 사례로 삼아 대만 통일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원대한 구상의 실현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홍콩 사태로 중국이 대만에 적용하겠다고 주장하는 일국양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지지율은 야당 후보인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을 크게 앞서는 등 대만 내 반중 정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