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 더 독해진 '엘니뇨' 산호 통해 확인

산호에 남은 수온 변화 25% 더 커져
세계 곳곳에 심각한 가뭄과 폭풍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가 산업화 이후 더 독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공대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대기과학과 킴 코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산호에 남은 수온 변화 기록을 측정해 '엘니뇨 남방 진동(ENSO)'이 산업화 이전보다 25% 더 강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 학술지인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view Letters)' 최근호에 실었다.

ENSO는 태평양 적도 해역의 수온이 주기적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변동을 나타내는데, 수온이 오를 때는 엘니뇨, 내릴 때는 라니냐를 유발한다.

엘니뇨는 2~7년마다 봄에 수온이 오르기 시작해 초겨울에 절정을 맞으며 세계 곳곳에 이상 한파나 더위, 홍수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엘니뇨가 끝나면 대기가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면서 정반대로 수온이 내려가 이듬해 가을에 라니냐가 이어지며 또 다른 이상 기후를 몰고 온다.

연구팀은 ENSO 해역 중심에 있는 3개 섬 주변에서 살아있는 산호와 7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산호 화석을 채취해 해수면의 수온 변화를 분석했다.

열대 태평양의 산호는 수온에 따라 산소 동위원소 18O 흡수량이 달라지는데, 산호가 자라면서 이에 따른 층을 만들어 이를 분석하면 과거의 수온 변화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1981년부터 2015년까지 산호에 남아있는 18O 흡수량이 만든 층을 분석해 얻은 수온 기록과 같은 기간 위성으로 측정한 수온 자료를 비교해 거의 비슷하게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산호의 수온 기록을 토대로 산업화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역대 가장 심각했던 1997~1998년 엘니뇨-라니냐를 제외하더라도 30~100년 단위 분석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더 강해진 신호를 포착했으나 통계적으로 중요성을 가지려면 1997~1998년 사례가 포함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ENSO의 변화가 이제 막 감지될 수 있는 문턱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엘니뇨와 라니냐, 이를 유발하는 기후 현상이 점점 더 극단화하고 있다고 결론 짓고, 더 강해진 엘니뇨가 새롭고 이상해진 기후 패턴의 일부가 돼버렸다고 분석했다.

코브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50년간 우리가 목격해온 것은 자연의 변동성을 벗어나는 것으로 기준치를 넘어섰다"면서 "극단적으로 강한 엘니뇨-라니냐가 세 차례 있었지만 이런 사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패턴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