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 ICJ 제소, 고도의 국익 관련 사안 간주"

수치 자문역 진두지휘 배경에 '패소시 치명타' 위기감 깔려
감비아가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미얀마를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한 것과 관련, 미얀마 정부는 국익과 관련된 중대 사안으로 간주하고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25일 신화 통신에 따르면 우 키아우 틴트 스웨 국가자문역실 장관과 우 키아우 틴 국제협력부 장관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이번 소송을 미얀마 및 미얀마 국민의 고도의 국익과 관련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그러면서 이번 소송에서 감비아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최고 법률전문가들로 법률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소송 전 과정에서 미얀마를 대표하는 대리인으로 활동할 것이며, 스웨 장관이 부(副) 대리인으로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무슬림계 로힝야족이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지난 11일 미얀마를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다.

그러자 미얀마 정부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수치 국가자문역이 외무장관 자격으로 "ICJ에서 미얀마의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갈 변호인단을 이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 장관의 이날 발언은 ICJ 소송 패소시 향후 국제사회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미얀마 정부가 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로힝야 집단학살과 관련, 수 년간의 논쟁 끝에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련의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14일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반인도적 범죄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개시를 허가한 바 있다.

지난 7월 파투 벤수다 ICC 검사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반인도 범죄에 대한 전면적인 공식 수사 개시 허가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13일에는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가 '보편적 재판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 원칙을 준용, 아르헨티나 법원에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로 수치 국가자문역 등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수치 자문역이 소송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 자문역이 감비아발(發) ICJ 제소와 관련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기로 한 배경에는 '아르헨티나 소송'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얀마군과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