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건넨 프란치스코 교황·문밖 영접 나루히토 일왕

교황, 동일본대지진 이재민도 만나…원전사고 "미래세대에 큰 책임"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방일 사흘째인 25일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을 만났다. 교황과 일왕의 만남은 1981년 일본을 찾았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히로히토(裕仁) 당시 일왕(쇼와 일왕)을 만난 지 38년 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정차장으로 나가 웃는 얼굴로 승용차에서 내린 교황을 영접한 뒤 천천히 악수를 했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따르면 교황과 일왕의 이날 환담은 20여분간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렇게 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어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해 주시고 오늘은 동일본대지진 이재민을 만나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교황에게 인사말을 했다.

다른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영국 유학 중이던 1984년 바티칸을 방문해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난 바 있다. 프란치스코 현 교황은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2016년 5월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왕실을 대표해 예방했다.

교황은 이날 나루히토 일왕에게 로마시대 화가인 필리포 아니비티의 '티투스의 아치뷰'를 바탕으로 바티칸 모자이크공방이 만든 작품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청년과의 모임 행사에도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미래의 세대에 큰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원전 사고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는 엄청난 과제를 안긴다"면서 "지금 시대에는 기술의 진보를 인류의 진보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받지만 멈춰서서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특히 장래의 에너지원과 관련해 "용기 있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교황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지인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를 전날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한 데 이어 원전 없는 사회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교황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도쿄돔에서 열리는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