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양식장 관리선' 전복사고는 총체적 안전 불감증 탓(종합)

풍랑주의보 속 구명조끼도 없이 정원 초과해 무리한 조업
군산시 "선원들 보험 가입도 안 돼 있는 것으로 파악돼"
25일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일어난 '양식장 관리선' 전복 사고는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군산해양경찰서와 군산시청 등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는데도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다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서해 앞바다에는 전날 오후 5시를 기해 풍랑주의보 예비특보가 발효됐고 2시간 뒤인 오후 7시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실종 김 양식장 관리선 선원 3명 구조…소방당국 "2명 의식있어" / 연합뉴스 (Yonhapnews)
군산 일대의 육상에도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풍랑주의보는 3m 이상의 높은 파고와 초속 14m 이상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면 사고 위험이 높아 15t급 이하의 선박은 출항이 금지되고 조업 중인 선박은 되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사고 선박은 이날 오후 6시까지도 양식장 주변에서 작업하는 게 목격됐다. 무리한 조업을 이어가다 사고가 났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당시 해상에는 순간적인 돌풍이 지속해서 발생해 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사고 선박은 0.5t(60마력)급에 불과한 소형이어서 파고와 강풍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당시 사고 해상 인근에서 조업했다는 한 선원은 "바닷물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도저히 작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배들도 서둘러 돌아왔는데, 일하다 귀항 시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명조끼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조 당시 사진과 해경을 말을 종합해보면 구조된 러시아인 선원 2명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다.

구조됐으나 숨진 한국인 선원 역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나머지 2명인 선장과 선원 역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양식장 주변에서 일하는 선원의 경우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구명조끼를 거의 입지 않은 채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 초과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군산해경의 설명대로라면 사고 선박은 0.5t급 소형 선박으로 정원이 2명가량이다.

하지만 사고 선박에는 5명이 탑승해 작업하고 있었다.

여기에 이 선박은 양식장 관리에 필요한 그물 등의 무거운 어구까지 싣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량을 초과한 인원과 장비를 싣고 조업하던 배가 높은 파고와 바람을 이기지 못하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식장 관리선이 입출항 허가도 받지 않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점도 문제로 꼽힌다.

모든 선박은 입출항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양식장 관리선은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번씩 앞바다의 양식장을 오가야 하는 어민들의 사정을 고려한 것이다.

양식장 관리선은 이런 이유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설치도 의무화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어선이 언제 사고를 당했는지, 조업 중 사고를 당한 지점이 어디인지 등을 전혀 파악할 길이 없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는 파도가 높아 양식장 관리선을 타고 작업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며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선장 신모(49)씨가 실종된 상태여서 이 양식장 관리선의 정확한 이름과 규모, 소유주 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신씨가 0.5t급 배를 2011년에 1t급으로 개조한 기록이 있다"면서도 "배에 특별한 표시가 없어 이 배가 사고 선박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이 배를 0.5t급이라고만 발표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이유인지 신씨가 이 배를 양식장 관리선으로 정식 등록해놓지는 않았으며, 사고를 당한 선원들도 별도 보험 처리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잠정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