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반란…부동산 교육·매입 '큰 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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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 1위지난 22일 서울 교대역(2·3호선) 인근의 한 강의실. ‘부동산 고수 만들기’라는 제목의 재테크 강의를 듣기 위해 90여 명이 꽉 들어찼다. ‘아기곰’이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관식 씨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이날 강의장 풍경은 작년과 크게 달라졌다. 30대가 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씨는 “최근 들어 30대가 강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0~80%를 기록하고 있다”며 “부동산 재테크는 4050의 전유물이라는 명제가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이 최고의 재테크"
30대가 서울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집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30대가 주택 매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기존 주택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10월 30대가 서울 아파트 31.2% 매입
2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대가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차지한 비중이 31.2%를 기록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8.7%인 40대와 19.0%인 50대를 가볍게 따돌린 수치다. 30대는 지난 8월 이후 서울 아파트를 30% 이상 매입하면서 석 달째 1위 자리를 지켰다.
구별로 30대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성동구로 43.3%를 기록했다. 22.6%로 집계된 40대의 두 배 수준이다. 이어 마포구(37.3%) 관악구(37.3%) 중구(37.0%) 동대문구(36.3%) 강서구(36.1%) 등의 순으로 30대 비중이 높았다. 다만 집값이 비싼 강남구와 서초구에선 40대가 매입 비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서초구와 강남구에선 40대 매입 비중이 각각 36.1%와 35.6%를 나타냈다.빨리 사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세가 30대를 주택시장에 뛰어들게 한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 강사들에 따르면 30대는 돈을 벌어 다른 곳에 투자하기보다 내집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재테크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잣돈을 마련한 이들은 집 매입에 나서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부동산 공부에 적극적이다.지난달 결혼한 전모씨(32)는 부동산 공부에 집중하는 사례다. 전씨는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에 전세로 살고 있지만 서울에 집을 사는 게 목표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전씨는 매월 700만~800만원의 안정된 소득에 대출금까지 합쳐 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씨는 “최근 서울 집값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경기지역보다 서울에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씨(38)는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지난달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면적 59㎡를 12억원가량에 구입했다. 6억원에 세입자를 들이고 나머지 금액은 기존에 모아 둔 종잣돈,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으로 마련했다. 본인은 전세대출을 따로 받아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다. 김씨는 “일하며 버는 소득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의 이자를 갚는 데 다 쓰고 있고 따로 저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서울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도 30대의 기존 주택 매입에 한몫했다. 최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30대는 청약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당첨 가점이 40대 중반은 돼야 가능한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19일 당첨자를 발표한 ‘르엘신반포센트럴’의 당첨자 최저 가점은 69점을 나타냈다. 배우자 자녀 등 부양가족이 3명(20점)이면서 무주택기간 15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17점) 등의 조건을 갖춰야 가능한 점수다. 문관식 씨는 “요즘 30대는 유료강의, 부동산카페 활동 등을 통해 철저히 공부한 뒤 돈이 될 만한 곳을 주로 사들인다”며 “30대도 서울의 ‘공급절벽’ 후폭풍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