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기가지니 가온미디어…好실적 비결은 '간결한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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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이 종목▶마켓인사이트 11월 25일 오전 9시47분
빠른 의사 결정으로 시장 대처
누적 영업이익, 작년 전체 넘어
OTT 부상이 향후 실적 변수로
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 개발·제조사인 가온미디어가 거침없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임화섭 대표를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을 최대한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간결한 지배구조 갖춰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가온미디어는 올 3분기까지 4766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3분기 말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76억원으로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온미디어는 AI 셋톱박스 등 네트워크 장비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성인식 디지털 셋톱박스를 제조하는 회사기도 하다.IB업계에서는 유일한 주요 주주인 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임 대표의 지분율은 14.7%이고, 임 대표의 두 자녀가 1.6%를 갖고 있다. 2010년을 전후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가 됐지만, 목표수익률을 초과 달성한 뒤 지분을 팔았다. 현재 임 대표를 제외하면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별도 주주는 없다. 다만 소액주주 비중이 73.9%(3분기 말 기준)로 높아졌다.
넷플릭스 공세는 ‘발등의 불’2001년 설립돼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가온미디어는 최근엔 유럽, 중남미 등 해외판매법인을 통해 영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셋톱박스의 세계시장 전망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 때문이다. 가온미디어의 주력인 셋톱박스는 케이블방송·인터넷TV(IPTV)·위성방송과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의 가입자가 구매·임차해야 매출이 나오는데, 전 세계에서 유료 방송을 끊고 넷플릭스 등 OTT를 택하는 이른바 ‘코드 커팅(code cutting)’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가온미디어가 고정 거래처로 확보한 KT,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통신사업자를 통한 실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철수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 관건이라는 전망이다.
운전자본 부담도 변수다. 지난해에는 주요 원재료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등이 제품 판매가에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해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을 겪기도 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교섭력이 그리 크지 못한 탓이다. 2017년과 2018년엔 영업현금흐름(OCF)을 웃도는 운전자본 부담 때문에 순영업현금흐름(NCF)이 창출되지 못하기도 했다. 3분기 말 기준 가온미디어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차입금은 1008억원이고,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이 70%를 웃돌아 단기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전후방 사업자에 대한 교섭력이 떨어져, 앞으로 운전자본 부담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