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타부처 反경쟁 정책에 목소리 낼 것"

한경 밀레니엄포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조 위원장,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25일 “다른 부처들이 추진하는 정책과 법령에 경쟁 저해 요소가 있는지 사전에 분석한 뒤 (경쟁제한 요소를 없애라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공정위가 공정경제에 집중하느라 ‘경쟁 주창자’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걸 잘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영계는 공정위가 재벌개혁, ‘갑을’ 관계 개선 등에 집중하면서 ‘경쟁 촉진’이란 본연의 업무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그는 “공정위의 법 집행이 경영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면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쟁제한 요소가 없는 인수합병(M&A)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탈취를 엄격하게 제재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하도급법과 중복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법안이 통과되면 중기부와 협의해 중복 규제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상생법 개정안은 중기부가 사실상 직권으로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되고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이끄는 문제에 대해 “대기업이 성공하는 과정, 커나가는 과정에서 이렇게 된 측면이 있다”며 “공정위가 이런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中企, 건전한 생태계 위해 대기업 시혜에만 의존말고 역량 키워야"

2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 주창자로서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 위원장은 “따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부처의 정책이 반경쟁적 효과가 있다면 사전에 공정위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주는 시혜만 바라지 말고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공정위가 최근 네이버에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외국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는 공정위가 하도급법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중소벤처기업부도 이 문제를 손보겠다며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냈다.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

▷조 위원장=공정위가 하는 모든 정책은 기업 규모나 국적과 상관없이 공정하게 접근한다. 최근 공정위에 외국계 기업 사건이 많이 들어와 있다. 중기부의 상생협력법이 공정위 하도급법과 중복규제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통과되면 중기부와 협의해 중복규제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전 교수=최근 공정위가 미래에셋그룹에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적 이익 추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3년간 적자가 나서 이익을 본 게 없다.

▷조 위원장=통상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는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를 해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는 측면이 있고,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되는 사업자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조 위원장=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공정위와 법무부가 맺은 양해각서(MOU)를 존중한다.

▷강 교수=당정은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목적에 비해 수단이 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조 위원장=기술탈취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10배로 상향하는 법률 개정안에 대해선 공정위도 동의하고 있다. 기술탈취는 입증이 어려워 적발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늘리지 않으면 기술유용 및 탈취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위원장께서는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기업으로선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조 위원장=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 대해서는 여러 정책이 있는데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이 부당 내부지원 등 잘못된 행태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공정위가 개입할 생각이 있다.

▷안건준 한국벤처기업협회장=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상생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나서기 위해서는 총수들이 결정해야 한다.

▷조 위원장=대·중소기업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양쪽의 진정성이 요구된다. 중소기업들도 정부 시책과 사회적 압력 때문에 대기업이 주는 시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면서 생태계 조성을 요구해야 한다. 대기업이 나라 밖으로 나가 해외 기업과 분업하면 지금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중소기업도 알아야 한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공정위 내에 기업 관련 조직은 굉장히 많은데 소비자 관련 조직은 소비자정책국 하나다.

▷조 위원장=소비자보호원을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정부는 소비자원에 출연금 450억원 정도를 내고 있다. 또한 소비자단체가 집단소송 주체로 참여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공정경제에 대한 정책이 지금도 잘돼 있다. 기업들이 지키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이를 더 강화하는 법안이 많이 올라 있고 법보다 더 강한 시행령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고 있다.

▷조 위원장=시행령은 사익편취가 뭔지, 위법을 판단하는 기준이 뭔지 등을 판례나 다른 부처 규정에 의거해 명확히 한 것이다. 결코 법보다 강한 것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불명확한 부분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인공지능(AI) 시대에 데이터가 소비자 것인지 기업 것인지 등을 놓고 소유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정비가 안되면 독과점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

▷조 위원장=공정위가 ICT산업에 대해 연구하고 정책적 판단을 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제도 정비는 장기적 혁신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TF의 연구주제라 생각하고 검토하겠다.

▷윤희숙 KDI 국제대학원 교수=글로벌화로 하도급 관계에서 국내 기업보다 항상 더 싼값의 대안이 해외에 존재한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상생적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생태계를 끊어버릴 수 있다.

▷조 위원장=분명히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에서 보듯 대기업이 글로벌 분업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외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국내에 어느 정도 생태계가 조성돼 있고, 중소기업이 활동할 수 있어야 외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박근혜 정부 때 상속세율은 묶어놓고 상속세 신고세액 공제율을 10%에서 3%로 줄였다. 세율이 그만큼 오른 셈이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하는데 이를 규제하면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조 위원장=세제는 공정위 담당이 아니라 많이 생각을 못해봤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공정위 역할은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원래 목적에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위원장이 각 부처에 경쟁을 촉진하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에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조 위원장=시장구조개선국에서 다른 부처에서 하는 입법활동이나 정책활동이 반경쟁적 효과가 있는지 사전에 미리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

오상헌/이태훈/구은서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