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죽쑨 정유사들, 앞다퉈 석유화학사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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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中 우한에 나프타분해시설 건설
GS칼텍스, 여수에 에틸렌·폴리에틸렌 공장 신설
현대오일뱅크, 2600억 투자 플라스틱 원료 증산
에쓰오일, 울산에 5조 들여 석유화학 공장 준공
태양광 발전, 전기·수소 충전 등 신사업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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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여파로 벙커C유(고유황 중유) 정제마진이 급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MO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강화하는 내용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IMO 2020)를 시행하기로 했다. 해운사들이 IMO 규제 도입 한 달여를 앞두고 고유황 중유 구매를 줄이면서 고유황 중유 정제마진도 추락 중이다. 지난달 두바이유(원유) 가격이 배럴당 62달러 수준인 것에 반해 고유황 중유는 36달러로 원유 가격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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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정유사업이 한계에 부딪힌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3분기 정유 4사 전체 영업이익 중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SK이노베이션이 60%에 달했다. 에쓰오일(56%)과 현대오일뱅크(50%)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석유화학 부문이 차지했다.
정유사들은 앞다퉈 석유화학 분야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중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시노펙과 함께 중국 우한에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건설했다. 2014년에는 인천에 1조6000억원, 울산에 4800억원을 투자해 파라자일렌(PX)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GS칼텍스는 여수 제2공장 인근 약 43만㎡ 부지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2021년까지 연간 에틸렌 70만t, 폴리에틸렌 5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 에쓰오일도 최근 울산에 5조원을 들여 석유화학 공장을 준공했다. 또 2024년까지 7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충남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260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증설로 플라스틱 원료 생산 능력을 120만t에서 140만t으로 늘린다.정유사들은 태양광이나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 내트럭하우스(화물차 운전자 대상으로 주유와 쉼터를 제공하는 시설) 부산신항사업소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발전 용량은 하루 995.4㎾h로 3㎾h 수준인 주택용 태양광 발전 시설의 300배가 넘는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가솔린과 경유, 등유만 팔던 주유소에서 전기와 수소차 충전 시설을 갖춘 복합 주유소를 선보이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