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해군 고속정·방제선 잇단 수주…'특수船 명가' 부활 시동
입력
수정
지면C6
부산 대표 기업들부산의 대표기업 한진중공업(대표 이병모)이 해군 차기고속정과 다목적 대형 방제선을 연이어 수주하며 특수선 분야에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조선산업의 부진 속에서 해군 고속정과 관공선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10월 말 해군 차기고속정 4척(13~16번함)을 총 2460억원에 수주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2014년부터 25일까지 1조1000억원 상당의 차기고속정 16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차기고속정 사업은 1999년과 2002년 제1, 2연평해전 승리의 주역이던 해군의 참수리 고속정을 대체하기 위한 200t급 차세대 고속정 건조 사업이다. 130㎜ 유도로켓과 76㎜함포, 12.7㎜ 원격사격통제체계를 장착해 40㎜와 20㎜ 함포만을 장착한 참수리 고속정에 비해 화력이 대폭 강화됐다. 추진체계는 워터제트 방식으로 어망이 있는 낮은 수심의 해역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근접전투를 위한 K-6 원격사격 통제체계, 함정 레이더 연동 표적자동추적 시스템 등 전투체계를 탑재해 기존 고속정에 비해 전투력도 강화했다. 동성능과 탐지, 방어능력까지 향상돼 명실상부한 차세대 전투함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군은 차기고속정을 유도탄고속함과 함께 전방함대에 배치해 국가 해역을 사수하는 임무를 수행토록 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연이어 이달 초 해양환경공단이 발주한 다목적 대형방제선을 700억1500만원에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방제선은 길이 102m, 폭 20.6m의 5000t급이다. 각종 해난과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양부유물을 수거하거나 다른 선박에서 난 불을 끌 수 있고 비상 예인, 준설 등 복합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다목적 재난 대응 선박이다.국내에는 해상오염사고 대응을 위해 500t 미만의 중소형 방제선 60여 척이 운용돼왔다. 하지만 기상이 악화되면 사고 현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대형 방제선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회 등 관계기관이 다목적 방제선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수용됐다.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정부사업으로 시행이 확정됐다. 해양환경공단은 유럽의 방제선을 정밀실사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쳐 설계에 반영했고, 이번에 한진중공업이 건조를 맡았다.다목적 대형방제선은 국내 최초로 건조된다. 평상시에는 준설 작업, 해양부유물 수거, 타선 소화, 비상 예인 등에 활용된다.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방제작업에 투입된다. 파고 4m, 초당 풍속 10.7m 내외의 악천후 속에서도 안전하게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초동 방제작업을 펼칠 수 있다. 약 15m에 이르는 스위핑 암(Sweeping Arm, 오일펜스와 선박을 연결해 펜스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장치)을 이용해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이번 다목적 대형방제선을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해 2022년 해양환경공단에 인도할 계획이다. 선박이 인도되면 해양오염사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방제대응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한진중공업과 해양환경공단은 기대하고 있다.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는 “해군 함정, 해경 경비함, 쇄빙선, 탐사선 등 다양한 특수목적선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