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뉴트로 '대선'…부산 소주의 자존심

부산 대표 기업들
대선주조 기장 공장 내부. 대선주조 제공
부산 소주업체인 대선주조(대표 조우현)는 오리지널 ‘뉴트로’의 품격을 선보이며 지역 소주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대선주조는 ‘대선소주’를 새롭게 단장한 리뉴얼 대선소주를 출시했다. 1965년 대선주조가 출시했던 옛 ‘대선(大鮮) 소주’ 라벨 디자인을 새롭게 재현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새 옷을 입은 대선소주(사진)의 라벨은 한글 버전과 한자 버전 두 가지로 나뉜다. 한글 버전 라벨은 기존 대선소주와 동일하게 한글로 ‘대선’을 표기했다. 상단에는 ‘大鮮酒造 株式會社(대선주조 주식회사)’를 넣어 옛 대선소주의 감성을 녹여냈다. 한자 버전 라벨에는 1965년 출시된 최초의 대선소주 필기체를 살린 ‘大鮮(대선)’을 한자로 표기해 뉴트로적인 해석을 더했다. 두 가지 라벨 모두 하단에 파도를 상징하는 물결을 넣어 과거부터 이어져 온 대선소주 고유의 개성을 담았다. 대선주조는 기존 제품 라벨에 계절적 특징을 담은 ‘계절 대선’을 매번 선보였지만 리뉴얼 대선소주는 한글 버전과 한자 버전의 두 가지 라벨만 출시했다.
리뉴얼 대선소주의 내용물은 기존 대선소주와 같다. 알코올 도수 역시 16.9도로 제조공법과 첨가물도 같다. 대선주조는 대선소주의 ‘맛’을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 꼽고 내용물은 변경 없이 기존 제품과 동일하게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대선소주는 천연감미료 토마틴이 첨가돼 풍미가 높고 벌꿀이 함유돼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 여기에 증류식 소주 원액을 블렌딩해 깊은 맛을 더했다. 대선주조 산하연구소가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원적외선 숙성공법’으로 제조돼 대선만의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한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대선소주는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아 2017년부터 3년 연속 ‘대한민국주류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대상과 함께 ‘Best of 2019’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리뉴얼 대선소주는 대선주조의 첫 번째 리뉴얼 제품이 아니다. 리뉴얼 대선소주 이전에는 2017년 출시한 원조 뉴트로 대선소주가 있었다. 대선주조는 2017년 1월 1970년대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선소주를 부활시키며 뉴트로 열풍의 신호탄을 쏘았다. 5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이 회사 제품인 대선(大鮮) 소주의 상표 디자인을 가져와 선보였다.옛 상표를 활용해 한정판이 아닌 정규 상품으로 출시한 것은 주류업계에서 드문 사례로 출시 초반부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60~1970년대 당시의 제품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선소주는 대선 돌풍을 일으키며 출시 15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 병을 돌파해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후 뉴트로 열풍이 이어지며 소주업계에 관련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기 시작했다. 대선소주의 인기에 편승해 수많은 제품이 뉴트로 트렌드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원조 뉴트로를 표방하는 제품들이 나오기 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킨 대선소주는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 9월 누적 판매 3억 병을 기록했다.

대선소주는 지역민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찾는 지역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우현 대표는 “시민들의 성원에 대선소주 누적 판매량 3억 병 돌파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뉴트로 제품의 원조인 대선소주에 바탕을 둔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