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 간섭도 싫다'…트럼프, 탄핵국면서 관저가 '제2집무실'로

폴리티코 보도…"관저에서 업무 보는 시간 늘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점점 백악관 내 관저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매일 오전 8∼11시 '이그제큐티브 타임'(executive time)이라고 불리는 스케줄로 첫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항상 주장해왔지만 '이그제큐티브 타임'으로 불리는 비공식 개인 시간의 상당 부분을 관저에서 폭스뉴스 TV를 보거나 트위터,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공식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보다 관저를 '집무 공간'으로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특히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민주당의 탄핵 조사 국면에서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관저는 대통령 집무동인 웨스트윙(서관)과 영부인 업무를 관장하는 이스트윙(동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폴리티코는 '집무실은 잊어라. 진짜 트럼프의 활동은 주거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탄핵 절차에 매몰된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 업무공간의 잠재적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점점 더 공식 업무를 백악관내 관저로 가져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벌 오피스가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의 파워를 보여주는 핵심적 공간이지만 트럼프 시대에는 백악관 내 관저가 '제2의 오벌 오피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참모들의 '간섭'을 피할 수 있고 친구들이나 공화당 의원들, 방송인들과 편하게 단축키를 통해 전화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한다.

자신을 둘러싼 참모들마저 경계하며 전통적 백악관 체계를 불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저를 '안식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을 두드리는 참모들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관저에서 점점 더 업무를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탄핵 추진의 발단이 된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도 이곳에서 이뤄졌다.

개인 변호사 및 캠프 참모들과 법률 대응 및 재선 전략을 짜는 곳도 바로 관저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취임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 오피스 안에 있는 대통령 전용 책상인 '결단의 책상'을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식 집무실보다는 관저를 선호했다고 한다.

고위직 후보군의 면접도 출입 기자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관저에서 종종 일어난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취임 초기 참모들은 만찬이나 행사 참석 등 활발한 외부 활동을 권고했지만 일정은 항상 어그러졌다고 한다.

한 전직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방콕족'이라고 칭했다.이러한 '관저 정치'는 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을 무시한 채 변칙적이고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트럼프식 국정운영의 단면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