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자투리 시간 '열공'…사이버대학에서 '인생 2막' 클릭

미래를 여는 사이버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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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K씨(29)는 자동차가 있지만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길에 오른다. 회사를 오가는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사이버대학교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사이버대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 시간이나 공간 제약 없이 학사 혹은 전문학사 등을 취득할 수 있는 원격 고등교육기관이다. 지난 1학기부터 컴퓨터공학 강의를 듣고 있는 K씨는 “취업 후에도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매진해야 고위직에 올라갈 수 있다”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는 물론이고 학위까지 받을 수 있어 사이버대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사이버대를 찾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재교육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도 사이버대 인기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야근하는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면서 학습과 일을 병행할 수 있게 된 직장인들이 사이버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대 찾는 20~30대 늘어
국내 21개 사이버대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대에 등록한 인원은 모두 2만5188명으로 전년(2만4719명)보다 1.9% 증가했다. 2017년까지 국내 사이버대의 누적 졸업생 수는 27만546명에 달했다. 사이버대 등록생 대부분은 학습과 일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이버대 등록생의 직업 분포 현황을 보면 무직인 학생의 비율은 30.9%다. 10명 가운데 7명은 학습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다. 서비스직(15.6%), 사무직(15.2%), 판매직(4.7%), 농림어업 종사자(0.4%) 등 등록생의 직업군도 다양하다.

사이버대 등록생을 연령별로 구분해봐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사이버대 등록생 가운데 41.4%가 40대 이상이었다. 60대 이상의 ‘실버 학생’도 전체 등록생의 2.5%를 차지했다. 최근엔 사이버대 등록생 가운데 20대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체 사이버대 등록생 가운데 20대가 34.7%를 차지했다. 2017년도(31.21%)보다 3.4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30대와 40대, 50대의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0.06~2.5%포인트가량 줄었다.20대 등록생 비율이 높아진 것은 사이버대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공학계열 전공 강화에 나서면서 관련 지식 학습을 원하는 젊은 층의 수요에 부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철 원대협 사무국장은 “최근 사이버대들이 컴퓨터공학 등 공학계열 학과를 많이 편성하고 있는 추세”라며 “시뮬레이션 실습 등 실질적인 능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투자를 지속하면서 기술 변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신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점차 확산하면서 사이버대를 찾는 직장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 사무국장은 “이직이나 승진을 위해선 실무역량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주 52시간제가 완전히 정착되면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직장인이 늘어나 사이버대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학습에다 자격증 취득까지

사이버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사이버대 학생들은 강의실에 직접 출석할 필요 없이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사이버대가 늘고 있다. 대구사이버대는 개설된 전체 강좌의 99%를 스마트폰을 활용해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이버대를 통해 각종 자격증 취득도 할 수 있다. 대학별로 장애인재활상담사 등 국가자격증부터 상담심리사, 보육교사 등 여러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 편입학 기회도 열려 있다. 기존 대학 학위 등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편입학을 통해 4년 과정을 2~3년으로 줄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총 21곳의 국내 사이버대 가운데 일반 대학처럼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곳은 18곳이다. 나머지 3곳에서는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특수대학원이 설치된 학교에서는 석사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사이버대는 12월 1일부터 2020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 모집을 일제히 시작한다. 대학별 개설학과, 모집인원 등 자세한 사항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대나 전문대 등 오프라인 대학과 달리 사이버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나 고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온라인 적성검사와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을 종합해 선발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