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獨 '작센왕국' 보석 1.3조원어치 털렸다

18세기 유물 전시한 박물관
'보물상자 방'에 2인조 침입
정전 틈타 귀중품 100여점 훔쳐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의 한 유명 박물관에 도둑이 침입해 보석 등 귀중품을 훔쳐갔다. 현지 언론들은 피해 금액이 최고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독일 드레스덴 궁전의 ‘그뤼네 게뵐베’ 박물관은 보석 등 귀중품 100여 점을 도난당했다.박물관 측이 구체적으로 도난당한 물품 목록을 밝히진 않았지만 다이아몬드, 루비, 진주, 사파이어 장신구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18세기 독일 옛 작센왕국을 통치한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의 다이아몬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온 아커만 박물관장은 “18세기에 만들어진 보석류로 예술사·문화사적 가치가 큰 것들”이라고 말했다.

드레스덴 궁전은 옛 작센왕국의 왕궁으로 쓰였다. 이 중 ‘녹색의 둥근 천장 방’이란 뜻의 그뤼네 게뵐베는 아우구스트 1세가 당시 유럽의 각종 예술품을 모아 꾸민 곳이다. 금·은·상아 세공품과 보석류 등 4000여 점을 소장해 ‘유럽의 보석상자’로도 불린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부 파괴돼 문을 닫았다가 2006년 복원해 관광객에게 개방됐다.

드레스덴 경찰은 이날 도둑 두 명이 박물관 창문을 통해 잠입해 도끼로 전시품 진열장을 부수는 모습이 담긴 현장 감시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은 도둑들이 침입하기 전 박물관 인근에 화재가 발생해 박물관 전기가 끊겼고, 이 때문에 박물관 조명과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둑들이 타고 달아난 차량은 박물관에서 떨어진 곳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됐다.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일어난 가장 큰 예술품 도난 사건”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미카엘 크레취머 작센주 총리는 “이번에 도난당한 소장품은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작센의 역사를 보여주는 보물”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