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키우는 넷플릭스…'K콘텐츠 공룡'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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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JTBC와 잇단 제휴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사·제작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K콘텐츠 대량 확보에 나섰다. 그동안 건별로 콘텐츠에 투자하거나 방영권을 사들이던 데서 나아가 장기간 대량 구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협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건당 제작비 투자·방영권 확보서
장기간 대량 구매로 규모 키워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K콘텐츠 수를 빠르게 늘려 왔다. 한국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2016년 사들인 국내 콘텐츠는 60여 편 정도였다. 2017년엔 100편, 지난해에는 550여 편으로 급증했다. 드라마에 대규모 제작비를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방영된 tvN ‘아스달 연대기’엔 제작비의 절반가량인 2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토종 OTT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로서는 디즈니가 국내에 진출하기 전에 K콘텐츠를 대량 확보하고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미디어 플랫폼 경쟁에서 넷플릭스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 국내 방송사들이 K콘텐츠를 너무 쉽게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토종 OTT를 강화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전략과도 상충한다. 최근 국내 방송사들은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OTT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상파 3사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합쳐진 통합 플랫폼 ‘웨이브’가 지난 9월 출범한 데 이어, CJ ENM과 JTBC도 내년 초 통합 플랫폼을 선보인다.
정 평론가는 “넷플릭스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만 의지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며 “방송사별로 적절한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