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거법 부의'…한국당 결사 저지 '전운 고조'

자유한국당,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 입장 '고수'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협상 가능성도 제기
민주당, 범야당과의 공조에 힘써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예정된 27일 여야 전운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식 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를 설득하는 동시에 한국당을 제외한 '4+1(4개 당+대안신당)' 공조로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최후전략으로 무엇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한국당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략을 모색한다. 의총이 끝난 뒤 나경원 원내대표 및 의원들은 버스를 타고 황 대표 단식 농성장으로 이동, 투쟁에 총력을 모을 계획이다.

그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전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추진의 위헌·위법성 검토 특별세미나'가 끝난 뒤 "저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며 "의원직 총사퇴부터 필리버스터에 이르기까지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한국당 내 묘수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당 내에서 거론됐던 필리버스터 제도와 의원직 총사퇴 방안도 실익 측면에서 최선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가 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처리' 의지도 강해 여야는 평행선을 달려왔다. 물론, 황 대표의 건강 악화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해 표결을 며칠 간 미룰 여지도 있지만, 정기국회 회기 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황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 대표 천막이 점점 커져 의원 10여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한국당 의원들도 패스트트랙 법안 표결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데에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협상론도 나온다. 한국당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완강히 반대했던 태도를 바꿔 협상에서 최대한 목소리를 내는 게 차라리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선거법과 공수처법) 둘 다 막을 방법이 없다면 더 중한 선거법을 막자는 것이 취지"라며 "공수처법이야 우리가 집권하면 폐지할 수 있지만 한 번 고친 선거법은 절대 변경이 불가하다. 저들이 야당이 된들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법을 고쳐줄리 있겠나"고 밝혔다.강석호 의원도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거제 개편만은 막아야 한다"며 "무엇이든 협상하려면 주고받아야 하지 않나. 공수처 법안을 조금 손질해 독소조항을 빼고 어느 정도 협상된다면, 그 정도로 생각해달라"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합의를 이뤄내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 공조에도 공을 들여왔다.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끝내 없을 경우를 대비, 의석수 비율을 조정한 절충안을 통해 야당으로부터 의결 정족수 확보가 가능한 지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여야 3당의 선거법 개정안 실무 협상을 맡고 있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개별 의원들을 다 확인하고 있다.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을 갖고 과반수 의결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만일 이게 좀 어렵다면 수정안이 어디까지 가능하겠느냐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이어 "안(案)도 2~3개 정도로 서로 좁혀 있다"며 "최종적인 결단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2~3개 정도에서 하나로 결정이 나는 것에는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가 크고 각 당의 셈법도 복잡한 만큼,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전날 선거법 개정안 협상을 위해 열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도 여야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매일 만나 협상키로 합의했던 것과 달리, 다음 회동 날짜도 잡지 못하면서 협상 전망은 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오 원내대표는 전날 3당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부의라는 것이 상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법은) 우리가 좀 더 논의를 하기로 했다"며 "한국당 황 대표가 단식 중에 있어서 하루 이틀 상황을 지켜보고 원내대표 간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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