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정부 간에 '사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사소통 채널(파이프)은 이전과 비교해 잘 작동한다는 평가가 일본 쪽에서 나왔다.고가 코(古賀攻) 마이니치신문 전문편집위원은 27일 칼럼 기사에서 지소미아 논란의 제2막으로 한국은 '일본의 의도적 왜곡에 항의해 사죄(사과)를 받았다'고 하고, 일본은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가 위원은 그러나 양국 간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2개의 통로가 작동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전보다 상황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고가 위원이 언급한 2개의 소통 파이프는 '한일·일한 의원연맹'과 한국 외교부·일본 외무성의 '조세영 1차관·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사무차관' 채널이다.칼럼에 따르면 일한의원연맹의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간사장(자민당)은 지난 25일 아침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경력이 있는 이낙연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 당시는 한국 정부가 지난 22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국장급 대화 재개를 강조한 것에 대해 일본 경산성이 '대화 재개'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지소미아와는 관계가 없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신경전이 한창인 상황이었다.
'일본어가 능숙한' 이 총리는 이 통화에서 "일본 쪽 말투가 차갑네요"라고 했고, 이에 가와무라 간사장은 "좀 더 배려하도록 전하죠"라고 답했다고 한다.고가 위원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카드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일본은 수출 관리와 지소미아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명분을 강조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겼다' '졌다'는 여론이 민감한 한일 관계에서 정부가 내놓는 공식 견해는 날카로운 말이 되기 쉽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양국 의원연맹이 쿠션(완충) 역할을 하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가 위원은 또 한일 외교당국 간의 '조세영·아키바 채널'을 높게 평가했다.그는 "이전에는 일본 외무관료로부터 '저쪽 외교부와 얘기해도 청와대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한탄을 자주 들었다"면서 지소미아 효력이 이번에 전격 연장된 것은 조 차관과 아키바 차관의 협상이 중심축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 차관이 비밀리에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 아키바 차관과 회담했다는 것이다.
고가 위원은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한국이 입장을 바꿨다고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라며 조 차관과 아키바 차관 간의 채널에 의미를 부여했다.
고가 위원은 조 차관은 한국이 2012년 지소미아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취소했을 때 담당 국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외교부를 떠났던 그가 얄궂은 운명의 장난처럼 다시 복귀해 프로(전문) 외교가 작동하는 것이 한일 관계에 나쁘지 않다고 썼다.
고가 위원은 한일 갈등의 본질적 문제로 떠올라 있는 한국대법원의 징용 판결 문제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가와무라 간사장은 지난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른바 '1+1+알파(α)'안을 설명했다.
이 안의 골자는 한일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와 한국 정부의 출연금 등으로 원고에게 배상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으로, 피해자인 원고 측이 동의해 실현될 경우 일본 피고 기업의 자산이 강제매각되는 사태를 피해 한일기본조약의 토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가 위원은 이와 관련, "아베 총리도 '강제집행(자산매각) 전에 법 정비가 가능하다면 좋지요"라며 비서관에게 한국대사관과의 정보 공유를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그는 "지금까지 경위를 보면 한일 두 나라의 날씨는 변덕스럽지만 그래도 두 개의 파이프가 (계속) 작동했으면 하는 희망을 이어가고 싶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