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로 꿈 찾았어요…대입제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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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수업 절반 선택권 준 부산 동성고…"대학이 변해야 할 때"
유은혜 부총리 현장방문 고교학점제 시범 도입 애로사항 청취 "지난 시간에 미국의 사막 지형을 배우면서 미국이 가진 태양열 발전 잠재력을 봤습니다. 한국전력공사에 취직해 전력공사의 해외사업 중 하나인 콜로라도 태양열 발전 사업을 맡고 싶습니다.
"
2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동성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2학년 전민석(17) 군이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찾게 된 자신의 꿈을 발표했다.
전군이 발표한 수업은 '여행지리'였다. 신민걸 교사가 '보스턴 차 사건'과 민주주의에 대해 강의하자 학생 21명은 노트북으로 필기하며 수업을 경청했다.
기자가 함께 수업을 청강하던 교육부 관계자에게 "10분이 넘도록 딴짓을 하거나 휴대전화 한 번 보는 학생이 없다"고 말하자, 교육부 관계자는 "21명 모두 스스로 원해서 선택해 듣는 수업이라 집중도가 높다"고 답했다. 사립 남고인 동성고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올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학생에게 수업 절반가량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게 수업을 골라 듣는 제도다.
교육부는 2025년에 모든 일반고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일반고 64개교가 연구학교, 178개교가 선도학교로 고교학점제를 실험하고 있다. 올해 동성고 2학년 학생들은 31개 선택 과목 중 8개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들었다.
여행지리·사회문제 탐구·고전과 윤리·과학사·융합과학·음악 연주·미술 이론 등 인문학부터 예체능까지 다양한 과목이 개설됐다.
이 학생들은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55개 과목 가운데 12개 과목을 선택할 예정이다.
심화국어·경제수학 등 대입에 도움이 되는 과목이나, 영미문학읽기·스포츠경기분석 등 진로 관심 분야를 미리 탐색하는 과목도 개설된다.
올해 입학한 학생들도 2학년이 되는 내년에 55개 과목 중 9개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영화 감상과 비평·항공기 일반·프로그래밍·디지털논리회로 등의 과목이 학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 동성고를 둘러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학부모·교사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고교학점제 시범 도입 애로사항을 물었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아이들의 잠을 깨우고, 숨어 있던 학문과 진로에 대한 열정을 찾아주고 있다"며 호평했다.
3학년 유승한 군은 "작년까지 꿈이 없었는데, 컴퓨터 수업을 선택해 들으면서 블록체인 전문가라는 꿈을 찾게 돼 한양대·중앙대 등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했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선택 수업을 들으면서 진로를 찾더라"라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제 학생을 뽑는 대학과 입시 제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조강래 군은 "수업을 내 손으로 선택하니까 한 학년 올라갈 때 진로를 한 번이라도 고민하게 되더라"라면서 "지금 입시는 성적이라는 숫자에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학생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배우는 것을 대학도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운영위원장 조은석 씨는 "아이가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맞춤형 교육을 운영하는 학교에 진학한 게 감사했다"면서 "대입이 교육의 결과나 목적이 아니니까, 다양한 진로·적성을 탐색하는 교육과정이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가 확대되면 교사 1명이 2∼3개 수업을 맡아야 하는 만큼, 교원·강사 수급에 대한 치밀한 정책 설계와 교사 행정업무 부담 경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교장은 "로봇·항공기 같은 과목들은 강사가 극소수인 데다가 전문가들이 방과 후에는 올 수 있어도 정규 수업 시간에는 생업 때문에 어렵다"면서 "전국에 고교학점제가 도입하면 강사 수급·확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란 교사는 "옛날 수업 방식이면 교사들이 준비를 안 해도 되겠지만 이제 수업도 개선해야 하고, 과정 중심 평가도 해야 한다"면서 "학교가 행사도 많고 행정업무가 많은데, 그런 것을 전담하는 분이 계시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유은혜 부총리 현장방문 고교학점제 시범 도입 애로사항 청취 "지난 시간에 미국의 사막 지형을 배우면서 미국이 가진 태양열 발전 잠재력을 봤습니다. 한국전력공사에 취직해 전력공사의 해외사업 중 하나인 콜로라도 태양열 발전 사업을 맡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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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동성고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2학년 전민석(17) 군이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찾게 된 자신의 꿈을 발표했다.
전군이 발표한 수업은 '여행지리'였다. 신민걸 교사가 '보스턴 차 사건'과 민주주의에 대해 강의하자 학생 21명은 노트북으로 필기하며 수업을 경청했다.
기자가 함께 수업을 청강하던 교육부 관계자에게 "10분이 넘도록 딴짓을 하거나 휴대전화 한 번 보는 학생이 없다"고 말하자, 교육부 관계자는 "21명 모두 스스로 원해서 선택해 듣는 수업이라 집중도가 높다"고 답했다. 사립 남고인 동성고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올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학생에게 수업 절반가량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게 수업을 골라 듣는 제도다.
교육부는 2025년에 모든 일반고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일반고 64개교가 연구학교, 178개교가 선도학교로 고교학점제를 실험하고 있다. 올해 동성고 2학년 학생들은 31개 선택 과목 중 8개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들었다.
여행지리·사회문제 탐구·고전과 윤리·과학사·융합과학·음악 연주·미술 이론 등 인문학부터 예체능까지 다양한 과목이 개설됐다.
이 학생들은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55개 과목 가운데 12개 과목을 선택할 예정이다.
심화국어·경제수학 등 대입에 도움이 되는 과목이나, 영미문학읽기·스포츠경기분석 등 진로 관심 분야를 미리 탐색하는 과목도 개설된다.
올해 입학한 학생들도 2학년이 되는 내년에 55개 과목 중 9개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영화 감상과 비평·항공기 일반·프로그래밍·디지털논리회로 등의 과목이 학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들과 함께 동성고를 둘러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학부모·교사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고교학점제 시범 도입 애로사항을 물었다.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아이들의 잠을 깨우고, 숨어 있던 학문과 진로에 대한 열정을 찾아주고 있다"며 호평했다.
3학년 유승한 군은 "작년까지 꿈이 없었는데, 컴퓨터 수업을 선택해 들으면서 블록체인 전문가라는 꿈을 찾게 돼 한양대·중앙대 등 컴퓨터공학과에 지원했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선택 수업을 들으면서 진로를 찾더라"라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제 학생을 뽑는 대학과 입시 제도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조강래 군은 "수업을 내 손으로 선택하니까 한 학년 올라갈 때 진로를 한 번이라도 고민하게 되더라"라면서 "지금 입시는 성적이라는 숫자에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학생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배우는 것을 대학도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운영위원장 조은석 씨는 "아이가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맞춤형 교육을 운영하는 학교에 진학한 게 감사했다"면서 "대입이 교육의 결과나 목적이 아니니까, 다양한 진로·적성을 탐색하는 교육과정이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고교학점제가 확대되면 교사 1명이 2∼3개 수업을 맡아야 하는 만큼, 교원·강사 수급에 대한 치밀한 정책 설계와 교사 행정업무 부담 경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교장은 "로봇·항공기 같은 과목들은 강사가 극소수인 데다가 전문가들이 방과 후에는 올 수 있어도 정규 수업 시간에는 생업 때문에 어렵다"면서 "전국에 고교학점제가 도입하면 강사 수급·확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란 교사는 "옛날 수업 방식이면 교사들이 준비를 안 해도 되겠지만 이제 수업도 개선해야 하고, 과정 중심 평가도 해야 한다"면서 "학교가 행사도 많고 행정업무가 많은데, 그런 것을 전담하는 분이 계시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