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LCC株 급등…아직 배고픈 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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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이 종목글로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내년에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MLCC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한동안 스마트폰 시장 위축으로 재고가 쌓이며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던 MLCC 업체들의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30~60% 올랐다.
5G 스마트폰 수요폭발 기대
1위 日무라타 석달새 45%↑
대만 야게오 60% 넘게 올라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기는 500원(0.44%) 내린 11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의 사상 최고치(16만3000원)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28.44% 오르며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일본과 대만에 있는 경쟁사 주가는 더 많이 올랐다. MLCC업계 세계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지난 26일까지 3개월 동안 45.3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 TDK(44.54%)와 다이오유덴(51.65%), 대만 야게오(65.76%) 등도 높이 날았다.
내년 5G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핵심요인이란 분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스마트폰에 MLCC가 기기당 1000여 개 들어간다면, 5G 스마트폰에는 1200~1300개로 탑재량이 20~30%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MLCC는 전류 흐름을 제어하고, 전자파 간섭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4G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를 쓰는 5G는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기 위해 MLCC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박 연구원은 “5G 기지국에도 대당 1만6000개의 MLCC가 들어간다”며 “5G 시대가 열리면 여러모로 MLCC 업체가 혜택을 받는다”고 분석했다.업계에선 세계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1200만~1500만 대에 그치겠지만 내년엔 2억 대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수요국인 중국이 지난 1일 5G 서비스를 시작했고, 일본과 유럽도 내년에 5G 상용화에 동참할 예정이다. 애플도 내년 아이폰 신제품에는 5G 지원 기능을 넣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5G에 대비해 MLCC 주문량을 늘리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동안 쌓였던 재고도 4분기 중에 대부분 소진되면서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라타 쓰네오 무라타제작소 회장도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G 스마트폰과 기지국용 MLCC 수요가 생각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대만 야게오는 최근 미국 MLCC 업체 케멧을 16억4000만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다. 5G용 MLCC 시장을 노린 포석이란 분석이다. 케멧은 전체 MLCC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지만 5G 기지국용 MLCC에 강점을 갖고 있다.이에 따라 올해 대폭 악화된 실적이 내년부터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은 68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181억원)보다 33.0% 줄어들지만, 내년에는 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