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물방울 나라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발레리나가 춤을 춘다. 두 팔을 올려 회전하자 발레복이 나팔꽃처럼 활짝 피었다. 사진가 정미수가 물이 낙하해 수면에 부딪칠 때 튀어오르는 물방울과 작은 물결을 찍은 사진 위에 디지털페인팅 작업을 더한 연작 ‘나만의 동화’의 하나인 ‘발레리나’다. 사진에 기반을 뒀지만 카툰과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더한, 팝아트와 같은 작품이다.

물방울이 수면에서 솟는 장면은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1000분의 1초 이하의 짧은 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접사렌즈를 끼우고 물을 낙하시키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셔터를 눌러야 한다. 물방울 사진은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진 작품은 물론 광고에도 많이 사용돼왔다. 정씨는 기존의 사진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채로운 물방울의 형상을 촬영한 뒤 강아지, 고양이, 사자 등 온갖 동물과 장미를 담은 화병, 양탄자를 타고 나는 원숭이, 춤추는 발레리나 등을 등장시켜 동화적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디지털 기술이 일반화된 뒤 장르의 벽을 허물고, 일상의 감성에 바탕을 둔 이런 작품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