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R&D' 결과 발표 못한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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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시술, 인공수정만큼 효과"
의사·한의사 갈등에 이슈화 부담
최근 서울 당산동 건강보험공단 기자실에서 색다른 발표가 있었다. 2015년부터 4년간 난임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한의학 난임 시술을 했더니 인공수정에 맞먹는 성과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13명(14.4%)이 임신에 성공해 7명(7.7%)은 출산까지 이어졌다.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율은 13.9%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발표였지만 연구책임자로 브리핑을 주도한 김동일 동국대 한의대 교수는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기자실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서울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세종청사에 중계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도 거부됐다. 일반적인 복지부 발표는 세종청사 기자실에서 하고 서울 건강보험공단 기자실에 영상 중계된다. “해당 발표에 복지부가 제공하는 공간과 기자재는 일절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복지부가 고수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용역과제로 국비로 이뤄진 연구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원인은 의사와 한의사 간의 해묵은 갈등에 있다. 한의학의 난임 치료가 인공수정 못지않다는 내용을 복지부가 나서서 발표하면 한의학 쪽 편을 드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의학계에서는 “난임 치료를 위해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침의 금속 성분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한의사들의 관련 시술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연구 과정에 대조군이 없고 대상이 90명밖에 되지 않아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가 담당하는 이슈와 관련해 가장 큰 이익단체인 의사협회의 반발이 두려웠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관련된 것인 만큼 복지부가 오히려 나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난임에 따른 고통은 해당 부부는 물론,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떳떳이 결과를 발표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검증해 가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