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울려퍼진 한국의 소리…'국악 어벤져스'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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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화 예술단, 19년째 무료로 문화 공연한국의 전통 음악도 케이팝(K-POP)처럼 지구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국내 부지화 예술단이 26일 필리핀 세부 보이스타운(The Sisters of Mary School-Boys Town)에서 현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K-Arirang 전통 예술 명인·명창전’을 열었다. 이들은 19년째 무료 공연을 열며 ‘국악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강현준 대표 "한국의 소리 알리고파"
원세연 단장 "국악 세계화 노력"
세부 총영사도 "양국 간 친밀감 높이는 계기되길"
내년 1월13일 20주년 공연 예정
최경만 명인 등 20명 ‘사랑의 공연’이번 공연에는 최경만 명인(서울시무형문화재 제44호 보유자), 유지숙 명창(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 김승희 명인, 한혜경 명무, 원세연 단장을 비롯해 총 20명이 참여했다. 공연 기획자인 강현준 부지화 예술단 대표는 “약 20년 전쯤 故 임이조 전통무용가와 마닐라를 찾았다가 필리핀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들을 위한 뜻깊은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한국의 소리를 널리 알리고 사랑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지난 24일 공연단은 세부에 도착하자마자 이틀 간 맹연습을 펼쳤다. 국악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전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26일 저녁 공연에선 호적풍류(태평소 연주), 경기민요, 가야금 연주, 장구춤, 사물놀이, 국악가요, 무용(흥지무), 서도민요, 모듬북 퍼포먼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한 공연 관계자는 “한국의 전통 음악으로 차린 ‘진수성찬’인 셈”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수년 째 공연에 참여하는 부부 국악인 최경만 명인과 유지숙 명창은 “필리핀 청소년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올 때마다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원세연 단장도 “공연을 즐기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 속에 순수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국악을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내년 1월 20주년 맞아
세부 보이스타운은 월소득 5000페소(약 13만원) 이하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학교가 6년간 숙식과 직업교육을 보장하기 때문에 입학경쟁률은 10대 1에 달한다.이날 한 시간 30분의 공연이 끝나자 1500명의 학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무대장비가 하나 둘 철거되는 도중에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김승희 명인, 한혜경 명무, 유지숙 명창, 원세연 단장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특히 사물놀이팀에 관심이 많았는데, 신명나는 꽹과리와 장구 소리에 매료된 듯했다. 공연 내내 춤과 노래를 따라 했다는 조지 안드레이(15세)는 “한국 문화를 접해 재미있고 행복하다”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한국에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희망브리지 재해구호협회가 제공한 총 2000장의 티셔츠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공연을 관람한 엄원재 세부 총영사는 “필리핀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수준 높은 한국의 전통 문화 공연에 푹 빠진 것 같다”며 “이런 공연이 많아지면 양국 간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환 세부한인회 회장은 “올해 한국-필리핀 수교 70주년을 맞아 뜻깊은 행사를 열어 준 부지화 예술단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부지화 예술단은 내년 1월13일 또다시 세부에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K팝의 뿌리인 한국 전통 예술이 해외 젊은 세대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세부=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