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대"…은행 혁신 막는 시민단체·노조

현장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반대
업계 "시대착오적 시각" 비판

정지은 금융부 기자
“산업 간 융·복합이 중요한 시대에 아직도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면 어떡합니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 26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비판하자 금융권,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이런 반응이 쏟아졌다. 구시대적인 사고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추 의원은 “국회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문턱을 낮추고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결정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금융노조, 시민단체 일부에서도 내놨다. 산업자본이 금융에서 돈을 끌어다가 ‘사금고’로 삼을까 두렵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이런 비판에는 금융산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인터넷은행법엔 엄격한 수준의 건전 경영 유지, 감독 등에 대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또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ICT 업체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 적극적으로 사업해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ICT 기업의 인터넷은행 진입 문턱이 한층 낮아진다. 여러 인터넷은행이 활발하게 경쟁하며 발전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는 방식은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선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모바일 대출 서비스도 인터넷은행이 물꼬를 텄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ICT를 활용해 기존 은행에는 없던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놨다”며 “소비자에게 한층 더 편리한 금융거래 환경을 만들어 준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은 정부 주도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ICT업계에서 쌓은 노하우를 금융권에 이식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내년에 신규 인가를 내려는 인터넷은행 수는 18개에 달한다. 홍콩(8곳) 싱가포르(5곳) 대만(3곳) 일본(1곳) 인도네시아(1곳) 등이다.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은행 수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금융권 관계자는 “ICT와 금융의 융합은 전 세계적인 화두인데도 이를 막으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있다. 29일 법사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