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 또한 꼰대인가?

박효대 < 에스넷그룹 회장 hyodae@snetsystems.co.kr >
‘Latte is horse’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 때는 말이야…”로 대변되는 ‘꼰대’를 표현하는 말이란다. 꼰대란 단어가 재해석되고 있다. 권위를 행사하는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던 표현에서 최근에는 ‘이기적이고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 오지랖은 넓은 사람’을 뜻한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영국 BBC에 오늘의 단어로 ‘KKONDAE(꼰대)’가 소개되는가 하면, 베이비부머 세대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반기를 드는 ‘OK, boomer’란 표현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실 가까이서 꼰대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같은 말을 두세 번씩 하고, ‘말도 안 된다’며 상대방 말을 중간에 끊고, 짜증스럽게 신경질을 내며 잔소리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이것은 내 이야기이다.이제껏 나는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고리타분한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평소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으로, 예능을 챙겨보고 ‘펭수’ ‘얌얌송’도 아는 ‘인싸’의 영역에 있다고 자신해 왔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나 자신이 꼰대였다. 내게는 나만의 사고와 해석의 틀이 있었던 것이다.

10년 전 일이다. 취미로 사진을 찍곤 했는데, 전시도 하고 가끔 상도 탈 만큼 열심히 했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그것이 풍경이든 사물이든 정해진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만의 틀에 갇힌 것이다.

이는 회사에서도 이어졌다. 경영을 하다 보니 현장과 멀어졌고, 답답한 마음에 여러 번 이야기한 것이 잔소리가 됐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예전의 관점에 갇혀버린 듯했다. 1년 전 신규 사업을 할 때,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부분이 있어 반대했다. 하지만 도전해보겠다는 직원들의 의지는 강했고,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결실을 볼 수 있었다.지난 20년의 사업 경험은 과정상의 문제점을 예측하고, 도출될 결과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줬지만 작금의 변화를 따라가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과거의 성공과 경험이 익숙해진 사이 카카오, 야놀자, 당근마켓, 배달의민족 등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 수많은 비즈니스가 탄생했다.

주변 사람들한테 변화하라면서 정작 스스로는 변화하지 못하는 나. 나는 정말 꼰대인가. 이제는 조금씩 변하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고 그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고자 한다. 꾸준히 도전하는 꼰대가 될 것이다. 멋지고 폼 나는 꼰대로 남을 것이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