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기현 관련 첩보, 절차대로 이첩…靑 출처 안 밝혀"(종합2보)

"울산시청 압수수색 후 靑과 9차례 공유…중요사건은 첩보 아니어도 정보공유"
"첩보 원본은 송치해 검찰에 있어…'수사 지지부진'은 靑 질책 아니라 제보자 언급"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경찰로 내려보냈다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원본은 현재 검찰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해당 첩보 원본은 경찰청 본청을 거쳐 울산지방경찰청으로 하달됐고, 울산청은 이후 수사를 마무리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원본 문건을 수사기록과 함께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형사소송법상 원본 송치가 원칙이며, 해당 원본은 현재 검찰에 있다"고 말했다.

애초 울산지검이 수사하던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관련 고소·고발사건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면서 경찰이 송치한 첩보 원본도 함께 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첩보 문건은 지방선거를 약 7개월 앞둔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전달됐다.

경찰청은 이를 검토한 뒤 그해 12월28일 울산청으로 우편을 통해 내려보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해당 문건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 출신 행정관이 행정봉투에 밀봉한 채로 가져왔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이첩되는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니어서 지방에서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되면 몰라도 그전에는 청장에게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울산청에는 첩보 출처가 청와대라고 말하지 않았고 출처 표기도 '기타'로 했다"며 "지난해 3월 울산청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을 하기 전까지는 (울산청으로부터)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에는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고, 경찰청도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청와대에 9번 정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수수색이 보도된 상황, 수사 결과, 수사 도중 정당에서 이의제기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와 정보를 공유했다"며 "버닝썬 사건처럼 첩보가 아니어도 중요 사건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기자간담회 후 출입기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관련 기록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압수수색 전인) 2018년 2월께 한 차례 울산청으로부터 수사 진행 사항을 보고 받아 이를 청와대와 공유한 사실이 있다"며 압수수색 전까지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을 정정했다.

검찰은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비위 첩보를 넘겨받아 김 전 시장 낙선을 목적으로 이른바 '하명 수사'를 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청와대 감찰반 총괄을 맡았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서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첩보 전달자로 지목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 "단순 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다"라며 "없는 의혹을 만들어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이첩받은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경찰에 첩보를 전달하면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일부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언급은 당시 제보자가 지역에서 하고 다닌 이야기가 첩보에 담긴 것일 뿐 청와대로부터 수사 진행과 관련한 질책성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하명 수사' 의혹을 함께 들여다보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상대로 칼을 빼든 상태다.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당시 선거 요충지였던 울산에서 판세에 개입할 목적으로 첩보를 생산해 경찰에 하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선출직인 자치단체장 관련 비위 의혹이 청와대 감찰반의 업무영역이 아니라는 규정과 관련해서는 "특감반이 (첩보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확인하지 않았다"면서도 "선출직 첩보를 수집하면 안 된다는 것은 특정 부서이지 이첩할지 말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