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 낙원 철원군 "두루미 월동 돕기 정부 지원 절실해"

국비 지원 6천만원 그쳐…볏짚 존치 사업 실효성 거두기 난관
가을걷이가 끝난 철원 민통선 지역은 말 그대로 겨울 철새의 낙원이다.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를 비롯해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독수리(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43-1호), 쇠기러기 등이 철원평야를 찾아 겨울을 난다.

철원평야는 겨울에도 땅속에서 따뜻한 물이 흐르고,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철새들이 안심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드넓게 펼쳐진 곡창지대는 추수 이후에도 먹이가 풍부해 겨울을 나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철원은 겨울이면 폭설과 한파가 닥치는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어서 철새들이 먹이 활동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

이에 따라 철원군과 농민들은 해마다 귀한 손님인 겨울 철새들의 월동을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다.
철원군은 두루미를 포함한 겨울 철새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지역 내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볏짚 존치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벼 수확 후 볏짚을 수거하지 않고 10∼15㎝가량 잘라 논바닥에 골고루 뿌려 두루미에게 먹이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한 농민은 1㎡당 100원가량을 받고 두루미 보호에 앞장서게 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철원평야를 찾는 두루미 수는 매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철원군은 지역을 찾는 겨울 철새가 늘어남에 따라 볏짚 존치사업을 확대 시행하고자 정부에 사업비 지원 확대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올해 2억원의 사업비 중 국비 지원은 6천만원(30%)에 그쳤고, 나머지 비용은 철원군이 오롯이 떠안았다.

두루미 도래지를 보호하려고 사업비를 15∼20억원으로 확대하려 하지만 정부 도움 없이는 힘든 실정이다.

200여개 농가 참여로는 사업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고, 10배 정도는 확대해야 철새 월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현종 철원군수도 재정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두루미와의 공생을 찾고자 어느 정도 부담은 감수하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채윤병 철원군 청정환경과장은 28일 "겨울 철새 보존을 위한 사업 확대는 결국 지역주민과 자연의 상생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두루미 보호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