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한눈에 보여주는 K의료…사우디 국립병원 '감동'

[넥스트K] 8회 : 'K의료' 이지케어텍

▽ '베스트케어=힘스 스테이지7' 신뢰성
▽ 사우디 직접 찾아가 현지시스템 '구축'
▽ 국가방위부 산하 병원부터 왕립병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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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가방위보건부(MNGHA) 산하 병원이 이지케어텍의 베스트케어를 활용하고 있다. (사진 = 이지케어텍)
# 지호가 엄마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았다. 지호와 엄마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지호의 건강 상태가 스크린에 뜬다. 지난달 뇌전증 검사를 했던 지호의 뇌파 검사 결과도 나온다. 지난주엔 감기로 40도 가까이 고열로 응급실도 다녀갔다는 내용도 표시된다. 의사선생님은 지호 엄마에게 "지호 뇌파가 좋아졌어요. 지난주엔 고열로 고생했겠네요"라고 말했다. 뇌파 검사 결과를 물으려던 지호 엄마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지호 엄마는 '이 선생님이 우리 애한테 관심을 두고 계시네. 앞으로도 이 병원으로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지케어텍의 베스트케어를 이용한 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황희 이지케어텍 부사장은 지난 22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베스트케어는 시계열과 횡단열(크로스섹선) 정보를 모두 보여주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바로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황 부사장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뇌신경센터부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그도 한 달에 1번씩 베스트케어를 활용해 외래 진료를 본다. 황 부사장이 1000명이나 되는 환자의 진료를 볼 수 있는 것도 베스트케어를 활용해서다.

의료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는 환자 정보 관리, 진료 및 처방, 입퇴원 수속 등 병원 업무를 모두 데이터화한 시스템이다. 사용자 친화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해외에선 의료 경험이 없는 엔지니어들 위주로 시스템이 구축되는 반면, 이지케어텍은 시스템 개발 초기부터 의사와 간호사, 약사가 참여했다.

황 부사장은 "베스트케어는 서울대병원 의사들이 참여해 3차병원, 종합병원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구축했다"며 "해외에서도 엔지니어들은 복잡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은 편리하게 구성했다고 호평한다"고 밝혔다. 베스트케어는 수출을 겨냥해 만든 만큼, 해외 기준에 맞춰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지케어텍의 베스트케어는 미국 연방 정부의 ONC-HIT(Office of the National Coordinator for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인증을 2015년에 받았다. 미국 현지 기업 외에 해당 인증을 받은 것은 이지케어텍이 처음이다.

황희 부사장은 "60개 항목의 ONC-HIT는 하루 12시간씩 엔지니어들이 4주에 걸쳐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며 "이를 통과하면 미국 병원들이 베스트케어 시스템을 살 때 연방정부의 예산을 일부 보조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희 이지케어텍 부사장이 의료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IR큐더스)
◇ '베스트케어=힘스 스테이지7' 신뢰성이지케어텍은 해외 눈높이에 맞춘 베스트케어로 사우디 의료시장을 파고 들었다. 사우디 시장은 지난 20년간 미국 탑3 업체가 주도했다. 사우디 병원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줬을 뿐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 신뢰를 얻은 덕분이다.

황 부사장은 "사우디 병원에선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감동을 받았다"며 "미국은 엔지니어가 시간 단위로 추가 요금을 받았지만, 우리는 저와 의사, 간호사들이 사우디에 상주하면서 직접 병원 측의 얘기를 듣고 그 병원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지케어텍은 사우디 정부기관인 국가방위부(MNGHA) 산하 6개 병원에 베스트케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2014년 7월 KASCH(킹 압둘라 어린이 전문병원)을 시작으로 9개 종합병원에 73개 클리닉을 통해 총 61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또 2010년 최초로 베스트케어를 적용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도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높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미국 외에 최초로 힘스(HIMSS) 스테이지 7을 받은 병원이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3번 연속 스테이지7을 받았다. 의료정보시스템 인증기관인 북미의료정보경영학회(HIMSS)는 3년 마다 병원정보시스템 등을 판단해 등급을 부여한다.

황 부사장은 "3년마다 지정하는 힘스는 체계가 매년 바뀌기 때문에 인증을 유지하기 까다롭다"며 "분당서울대병원이 스테이지7을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 솔루션 퀄리티에 대한 의문점은 없게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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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엔 사우디 왕립위원회와 추가로 500만 달러(56억8000만원) 규모 베스트케어 추가 수출을 맺었다. 사우디 국왕 직속 부서인 왕립위원회는 주베일과 얀부 지역에 2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주베일에 있는 왕립위원회병원(RCHSP)은 최근 사우디 최초로 북미의료정보경영학회(HIMSS)로부터 스테이지7 등급을 받았다.

황 부사장은 "사우디에 베스트케어를 수출할 때 분당서울대병원처럼 힘스(HIMSS) 스테이지 7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며 "최근 사우디 파트너는 그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해서 뿌듯했다"고 밝혔다.
미국 오로라템페 병원에서 직원들이 베스트케어를 활용하는 모습. (사진 = 이지케어텍)
미국에도 기술력을 앞세우고 있다. 이지케어텍은 2016년 정신과 전문 병원 그룹인 오로라병원 그룹과 125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15개 병원 중 5개 병원에 베스트케어 시스템을 적용한 상태다. 지난달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해 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황 부사장은 "베스트케어를 병원에 적용하면 앞으로 5~10년간 해당 시스템만 사용하는 구조"라며 "진입 과정은 어렵지만 워런티나 유지보수비용을 합하면 크게 수익이 돌아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해외를 공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덕분이다. 그는 "베스트케어 출시를 목표하는 시장이 선정되면 먼저 언어를 변환한 다음 그 나라의 의료시장에 보험이나 정부 가이드라인을 공부해 시스템을 변환한다"며 "처방이 나왔을 때 약사나 의사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 지 여부 등도 나라마다 다른 만큼, 철저하게 현지환경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 클라우드 의료정보시스템 본격화

이지케어텍은 기술력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황 부사장은 "미국에서 병원정보시스템을 매년 집계하는데 올해는 이지케어텍도 정성평가를 거치게 된다"며 "12월 초 발표될 예정인데 전 세계 탑3 안에 들 것이라는 내용을 미리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참여해온 힘스 박람회에도 꾸준히 참여해 해외 고객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의료정보시스템전시회(Healthcar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s Society·HIMSS)를 통해 미국과 사우디 병원과도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황 부사장은 "지난 한 해 동안 280일을 해외에서 보냈을 정도로 해외 공략에 힘쓰고 있다"며 "힘스 박람회는 글로벌 업체보다 부스 크게 해서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로라차터오크 병원의 간호사들이 베스트케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 이지케어텍)
내년 일본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일본 의료 환경은 우리나라와 진료 패턴이 닮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현지 솔루션이 3~4개가 있어 보수적인 일본 병원의 마음을 돌리는 게 관건이다.

황 부사장은 "솔루션 경쟁력이 통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모멘텀이 되며, 일본은 자국내 솔루션 3~4개가 있는 나라라서 카르텔을 깨는 게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현지에서 우리 시스템을 우수하다고 생각한 병원들이 몇 개 있어서 진출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지케어텍은 내년 국내에서 처음 가동될 클라우드 의료정보시스템을 토대로 국내와 해외 무대를 더 넓힌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100~200병상을 두고 있는 2차 병원이 쓰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국내 의료정보시스템 중 최초로 글로벌 ISO 경영시스템 인증기관인 로이드인증원으로부터 'CSA STAR' 인증도 획득했다. 이에 향후 해외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황희 부사장은 "동남아에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폴 필리핀 쪽이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에선 현지파트너와 논의를 진행하는 단계로, 앞으로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영업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