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연수로 '복불복 학생부' 해결될까…"학종 불신 계속될듯"

비교과·자소서 폐지 부작용도 우려…현장 혼란에 사교육 시장만 미소
교육부가 28일 서울 주요 대학 정시 비율 확대와 함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도 발표했지만 이른바 '복불복 학생부' 등에 대한 학교 현장의 우려를 불식할 대책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이번 발표는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의 대입 반영을 점진적으로 감축해 2024학년도에는 전면 폐지하고, 대학의 학종 평가 기준 및 선발 결과 공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정시 확대'를 주장해왔던 학부모·학생들 사이에서 "학종을 못 믿는 근본적인 이유가 교사마다 학생부 기록의 작성 수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에 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때문에 학생부 앞에 '복불복'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교육부는 학생부 기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원의 평가·기록 역량 강화를 위한 교원 연수 모듈을 개발해 연수를 확대하고, 고교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 사이의 지속적인 연계·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각 교과 교사들이 작성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은 단계적으로 기재를 필수화하고, 내년에 기재 표준안을 만들어 배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1 아들을 둔 조모(47)씨는 "학생부를 꼼꼼히 써주는 우수한 교사들은 학생들을 향한 관심과 열정부터 다르다"면서 "성의 없고 고지식한 내 아이 담임이 연수 같은 형식적인 단체 교육으로 그런 열정을 배울 수 있겠느냐"며 코웃음 쳤다.다른 학부모 박모(45)씨도 "담임뿐 아니라 각 과목 선생님들이 써주는 세특도 중요한데, 한 학교 안에서조차 선생님들 수준이 다르다"면서 "교육부는 '학교와 선생님을 믿으라'는 건데 선생님 잘못 걸리면 망한다는 불안을 씻을 만한 장치가 없는 걸 어떡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중2가 대입을 치르는 2024학년도부터 정규 교육과정 외의 비교과 활동이 대입에서 전면 폐지되고 학종 자기소개서도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 쪽에서 불만이 나온다.

수험생이 어떤 진로·적성을 설계하고 노력했는지를 대학이 보려면 자소서는 물론 비교과 활동도 봐야 하는데, 불공정 의혹 때문에 이를 다 없애면 학종을 운영하는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한 입시 전문가는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불법·편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게 학종 실태조사로 입증되지 않았느냐"면서 "대학이 변종 전형을 만들거나 면접을 대폭 강화하면 고통받는 쪽은 학생"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종이 줄고 교과 전형이 늘어나면 학생들은 무한 내신 경쟁에 내몰리고 '고교 인근 족집게 학원' 의존도가 높아져 고교 수업이 황폐해진다"고 말했다.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 채 '조변석개'하는 대입 정책 탓에 학생·학부모·교사들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미소를 짓는 쪽은 사교육 시장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2028학년도 수능부터 서술·논술형 문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교육부 언급에 따라 초등학생 논술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거나, 학종 투명성 강화를 위해 대학별 세부 평가 기준을 공개하면 상위권 대학 맞춤형 입시 컨설팅이 고도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