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40% 확대 대상 대학 겉으론 "신중검토"…속으론 불만·우려

서울대·고려대 "학내 구성원들과 논의해 추후 입시안 내놓을 것"
일부 관계자 "학종 취지 퇴색 우려…재수·반수 늘어나면 대학도 피해"
교육부가 서울 16개 대학이 2023학년도까지 정시 선발 인원을 전체의 40% 이상으로 늘리도록 하는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자 해당 대학들은 대체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단 반응을 내놨다.대학 내에서는 학생 선발제도 변경으로 혼란이 예상되지만 교육부 지침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는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28일 "교육부 대입 개편안을 두고 학내 구성원들과 심층적인 논의를 거쳐 학과별 인원 조정을 포함한 입시 개편안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는 2022년까지 정시 선발 인원을 30%까지 늘리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반영하기 위해선 1년 안에 10% 포인트 이상 정시 선발 인원을 추가로 늘려야 하게 됐다.

고려대학교 측은 이날 오전에 진행되는 교육부 발표와 관련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추후 입시 전형 정책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고려대는 현재 18.5% 수준인 정시 선발 인원을 2023년까지 두 배 이상인 40% 이상 큰 폭으로 늘려야 해 혼란이 예상된다.이미 정시 선발 비율이 40%에 가까운 대학들은 교육부 개편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가운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학생선발 방식을 수정해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숭실대학교 측은 "교육부에서 권고가 아닌 지침 수준으로 개편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학생 선발 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숭실대는 이미 정시 선발 인원이 35∼36% 선에서 유지돼왔기 때문에 정시 선발 확대 폭이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서울시립대도 마찬가지로 "현재 정시 선발 비율이 35% 수준이기 때문에 교육부 주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면서 "아직 정해진 방향은 없지만, 교육부 발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학생선발 방향 설정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적으로는 교육부의 급작스러운 정시 확대 방안에 불만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불만이 많을 것"이라면서 "이번엔 40%이지만 만약 차후에 수능 선발 비율을 50∼60%로 높이라고 하면 또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 입학처장도 "대학은 교육부를 상대로는 언제나 '을'이기 때문에 (교육부 정책이) 싫어도 싫다고 말할 수 없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리랬다가, 정시를 또다시 늘리라니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교육부 개편안에 따르더라도) 비교과 영역에서 봉사활동 실적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적을 수 없게 하면 다시 '문제풀이식' 공부만 하는 방향으로 교육 현장이 변질할 것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에 있는 16개 대학이 정시모집 비율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늘리도록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강제가 아니고 권고 사항이지만 교육부가 각종 교육 재정지원과 연계해 추진하면서 대학들은 교육부 '권고'를 따를 수밖에 없다.

입시 관계자는 "수능으로 뽑힌 학생들은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재수를 해 이탈률이 높다"면서 "이런 학생들이 연쇄 이동을 하면서 대학 서열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그는 이어 "학생 이탈이 많으면 대학에서도 충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부담스럽고,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