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주최 '벚꽃 행사'에 사기 관련 조직 구성원 참가 의혹

"아베 측근 스가, 반사회적 세력 의심 인물과 사진 찍어"
"유권자 접대·공적행사 사유화" 비판 와중에 논란 커질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세금으로 유권자를 접대했다는 비판을 초래한 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반(反)사회적 세력 구성원이 참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벚꽃을 보는 모임'에서 사기 사건 등에 관여한 반사회적 세력의 일원으로 여겨지는 남성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주간지들이 벚꽃을 보는 모임에 반사회적 세력이 초대됐다고 잇달아 보도했고 스가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사진을 찍은 이들 가운데 그런 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으니 결과적으로 (벚꽃을 보는 모임에) 들어왔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사회적 세력은 폭력·위력·사기 등의 수법으로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나 개인을 포괄하는 용어다.
일본 사회는 정부 지침이나 광역자치단체 등의 폭력조직 배제 조례에 따라 반사회적 세력과의 관계 차단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등 각종 계약을 하려면 반사회적 세력이 아니라고 서약해야 하며 위반 시 불이익이 따른다.

2013년에는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이 폭력조직원에게 융자했다가 금융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덕션 업체인 요시모토코교(吉本興業) 소속 연예인들이 반사회적 세력의 행사에서 돈을 받았다가 발각돼 사장이 공개 사죄했고 소속 연예인들이 대거 근신 등의 처분을 받았다.

세금을 쓰는 공적 행사에 반사회적 세력이 초청받았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정권의 중추를 구성하는 관방장관이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면 정치적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일본공산당, 사민당 등 야당은 27일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벚꽃을 보는 모임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 왜 모임에 들어와 세금으로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었는가.

경로를 조사하지 않으면 국민의 불신감은 정점에 달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그는 "스가 씨는 큰 책임을 지고 있다.

진퇴에 관한 문제"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오쿠노 소이치로(奧野總一郞) 국민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 대행은 "연예인은 그렇게 비난받았다.

용납해도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스가 관방장관은 벚꽃을 보는 행사 예산이 급증하는 것에 관해 경비 대책 등에 필요한 비용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는데 반사회적 세력이 행사에 초청됐다면 이런 설명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민영 방송 TV아사히는 이와 관련해 참가자 신원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라고 27일 논평했다.

비판이 고조하는 가운데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진이 있다면 그분이 행사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사회적 세력이 출석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서 사진을 같이 찍은 인물과는 안면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찰청은 27일 열린 중의원 법무위원회에서 반사회적 세력에 속한 인물이 벚꽃을 보는 행사에 초대됐는지 여부에 관해 "명부를 제출받지 않아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반응했다.

야당은 최근 의원 67명으로 구성된 조사 본부를 발족했으며 임시 국회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추궁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당은 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다음 달 9일 종료하는 회기를 연장하자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각계에 공적이나 공로가 있는 사람을 초대해 위로한다'는 목적으로 1952년부터 일본 총리가 벚꽃이 한창인 매년 4월 도쿄 소재 정원인 신주쿠교엔(新宿御苑)에서 정부의 공금으로 주최하는 행사다. 통상 각계의 저명인사가 참가하지만 아베 총리 지역구의 후원회원 등이 다수 참가한 것으로 파악돼 '세금을 쓰는 행사를 사유화했다', '유권자를 접대해 표를 매수했다'는 등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