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돈 아껴 SNS 유명 식당찾는 2030…외식도 '플렉스'로

경기 위축으로 외식산업 불황에도
고급 호텔 식당·레스토랑은 손님 안 끊겨
젊은 세대, 집에선 '혼밥'·편의점·밀키트 먹어도
심리적 만족 위해 가끔 비싼 식당 찾아 '인증'
사진과 기사는 상관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직 음식에 손 대지 마. 사진 찍고 먹어"

직장인 박모씨(26)는 주말마다 맛집을 찾아가며 한 주 간의 스트레스를 푼다. SNS상에서 웬만한 유명한 맛집을 다 가보는 게 목표라는 박씨는 매주 가장 맛있었던 음식 사진을 찍어 '먹스타그램'(음식 사진만 따로 올리는 계정)에 올린다. 먹음직한 음식 사진들로 가득 찬 그의 피드처럼 실제로 SNS에는 온갖 비싸 보이는 음식 사진들이 넘친다. 한국인들이 입맛이 고급화돼 비싼 음식들만 찾아서일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SNS에는 '자취 요리법', '간단 요리 제조법' 등 역시 가득 차서다.
인스타그램에 '먹스타그램'을 검색한 결과 7200만여개 게시글이 검색됐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경기 위축으로 소비심리가 줄어들어 올해 3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가 66.01p로 최근 5년간 같은 분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외식산업 전망이 어두워짐에 따라 프랜차이즈 요식업계는 '힘들다'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고급 호텔 식당과 비싼 뷔페를 찾는 젊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손님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사진 등 인증을 통해 부유를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가 외식 산업에도 스며들어서다. 플렉스란 힙합 용어로 현대인들이 자신들을 뽐내는 행위를 지칭한다.
주요 항목별 외식소비 행태 조사결과표/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타인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고급 유명 식당을 찾는 '외식 플렉스'는 수치로 명확히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8일 발표한 '2019년 외식 소비행태'를 보면 올해 외식 소비자들의 월평균 외식 빈도는 13회로, 지난해보다 월 1회가량 줄었다. 식당에 방문하는 횟수도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외식비용 자체는 외려 작년보다 늘었다. 외식을 자주 나가진 않지만 대신 나갈 땐 좋은 곳, 비싼 곳을 찾아다니는 등 쓸 땐 아낌없이 쓴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만 원대 뷔페, 4만 원대 빙수를 선보이는 특급호텔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전했다.

비싼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젊은 세대는 평소에는 저렴하면서도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을 택한다. 올해 국민들의 혼밥 평균 횟수는 월 4.17회로 지난해(3.4회)보다 1회가량 늘었다. 농식품부의 자료서 편의점 식사 빈도가 지난해보다 급증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또한 레시피에 따라 미리 손질된 식자재와 소스가 한 팩에 들어있어 편리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 역시 호황이다. 업계선 밀키트의 시장규모는 올해 200억원 규모에서 5년 내 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과 기사는 상관 없음/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이 '집에선 먹방 보며 간단히 챙겨 먹고, 가끔 밖에 나갈 땐 비싼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외식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20년 외식 경향을 이끌어 갈 키워드로 'Buy me-For me'를 뽑은 것도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는 가치와 개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는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외식도 이의 일환으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값비싼 음식을 SNS상에서 인증을 통해 이 욕구를 채운다.

요식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젊은 손님들 위주로 예쁜 플레이팅이 된 음식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서 이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며 "요식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렵다고는 하지만 소셜상에서 인기 있는 식당은 손님들은 2시간 웨이팅을 해서라도 먹는다"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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