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지금은 가속페달 밟을 때"…100조원대 추경 요구하는 日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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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경기 대책 마련을 위해 이례적인 수준인 10조엔(약 107조원)대 추가경정예산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경기불황 대책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금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을 시기”라는 발언도 자민당 유력인사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권이 현재 일본의 경제상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측면도 있지만 재정건전성을 도외시한 채 ‘퍼주기’를 우선하는 정치권의 속성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12월 상순에 마련할 경제대책과 관련, 집권 자민당 내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추경 예산 규모를 두고 이례적 수준인 10조엔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28일 열린 자민당 정조전체회의에선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 기본방침안’에 대한 이견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중’이라는 판단 하에 경제회복과 재정건전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정부의 인식에 여당 주요 인사들이 제동을 건 것입니다. “지금은 재정건전화라는 브레이크를 걸 때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을 때”라거나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입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론 미·중 무역마찰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잇따른 자연재해 및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일본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일본 집권여당의 위기감이 커진 점이 우선 꼽힙니다. 올 들어 15호, 19호, 21호 태풍이 잇따라 일본을 강타한 탓에 일본에선 대규모 복구 예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연재해에 따른 내수 위축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일본 주요 8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28일 발표한 10월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9%감소한 74만1102대에 불과했습니다. 태풍과 소비세율 인상의 충격을 동시에 받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경제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달 상순 이후 닛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간사장 등은 “추경 규모가 10조엔 수준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대규모 경기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도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올해 추경예산안과 내년 예산안을 준비 중입니다만 집권 여당이 정부에 ‘통 큰’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모습이 빚어지고 있습니다.대규모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일본의 재정상황은 최근 들어 악화되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 올해 세수는 기업실적 악화 등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1조~2조엔 가량 적게 걷힐 것이란 전망이 강합니다. 3년 만에 연중에 추경 예산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정치권에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재정상 제약 때문에 실행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느 나라든 집권 여당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로 돈을 푸는 재정정책을 선호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재정건전성은 나중의 문제로 돌리고 손을 놓은 채 일단은 돈을 풀어 민심의 호감을 얻어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치권도 그런 측면에선 조금도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경예산과 관련한 일본 정치권의 강경 목소리는 ‘정치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일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12월 상순에 마련할 경제대책과 관련, 집권 자민당 내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추경 예산 규모를 두고 이례적 수준인 10조엔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28일 열린 자민당 정조전체회의에선 일본 정부의 ‘예산편성 기본방침안’에 대한 이견이 속출했다고 합니다.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중’이라는 판단 하에 경제회복과 재정건전화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정부의 인식에 여당 주요 인사들이 제동을 건 것입니다. “지금은 재정건전화라는 브레이크를 걸 때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을 때”라거나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등의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입니다.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론 미·중 무역마찰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잇따른 자연재해 및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일본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일본 집권여당의 위기감이 커진 점이 우선 꼽힙니다. 올 들어 15호, 19호, 21호 태풍이 잇따라 일본을 강타한 탓에 일본에선 대규모 복구 예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연재해에 따른 내수 위축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일본 주요 8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28일 발표한 10월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9%감소한 74만1102대에 불과했습니다. 태풍과 소비세율 인상의 충격을 동시에 받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경제대책 마련을 지시한 이달 상순 이후 닛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간사장 등은 “추경 규모가 10조엔 수준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대규모 경기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도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올해 추경예산안과 내년 예산안을 준비 중입니다만 집권 여당이 정부에 ‘통 큰’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모습이 빚어지고 있습니다.대규모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일본의 재정상황은 최근 들어 악화되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 올해 세수는 기업실적 악화 등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1조~2조엔 가량 적게 걷힐 것이란 전망이 강합니다. 3년 만에 연중에 추경 예산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정치권에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재정상 제약 때문에 실행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느 나라든 집권 여당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로 돈을 푸는 재정정책을 선호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재정건전성은 나중의 문제로 돌리고 손을 놓은 채 일단은 돈을 풀어 민심의 호감을 얻어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치권도 그런 측면에선 조금도 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경예산과 관련한 일본 정치권의 강경 목소리는 ‘정치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일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