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까지 가서 '김기현 사건' 직접 챙긴 청와대 직원들…단순 이첩이라더니?
입력
수정
백원우 "후속조치 보고 받은 적 없다"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부하 직원들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직접 내려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 상황 등을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첩보 문건 수사기관 솜씨"
한국당 "울산시장 선거는 무효"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하명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당시 청와대에 접수된 첩보를 울산지방경찰청에 단순 이첩한 것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하지만 2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울산경찰청 관계자 등으로부터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내려와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진척 상황 등을 알아보고 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와대 직원들은 공직자 비리 감찰을 전담하는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아닌 백원우 부원장이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던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기현 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후속조치에 대해 전달받거나 보고받은 바 조차 없다"고 했던 백 부원장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검찰은 또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문건 일부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수사기관 관계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이 작성한 제보나 민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청와대가 개입해 야당 후보를 상대로 하명수사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울산시장 선거는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이었다. 선거 후 수사 대상자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당초 여론조사에서 김 전 시장은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 뜻을 밝히고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한국당은 "여권과 황 청장이 정치적 거래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불법 선거 개입 혐의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