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경제성장 2.3% 전망…"수출·설비투자 완만 개선"(종합2보)

이주열 "경기 바닥 다져가는 모습…성장 모멘텀 강하진 않아"
민간소비 완만한 회복, 상품수출 증가로 전환, 건설 부진 지속 전망
한국은행이 29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각각 2.0%, 2.3%로 전망했다. 지난 7월 내놨던 전망치보다 0.2%포인트씩 낮춘 수치다.

바닥을 다지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 경제 성장도 여전히 잠재성장률(2.5~2.6%)을 밑도는 만큼 성장 모멘텀은 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29일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용되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고 민간소비도 내년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하며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다소간의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IT 업황 개선 등에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경제 성장을 전망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더는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견해를 바탕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예상대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하면 불확실성이 줄면서 투자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겠고 글로벌 교역이 확대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출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내년 중반에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외부의 예측을 반영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기관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측한 바 있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 예측대로 2.0%에 그칠 경우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한은의 내년 경제 전망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개선,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는 2.4%에서 2.1%로 낮췄다.

올해(수정 전망 1.9%)보다 조금 나아지는 수준이다.

올해 경기의 발목을 잡았던 설비투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가 개선되면서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내년에 증가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설비투자는 내년에 4.9%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 성장률이 올해 -4.3%에서 내년 -2.3%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둔화의 또 다른 주요인이었던 수출은 세계교역 개선에 힘입어 내년에 증가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반등 기대치는 기존보다 낮췄다.

상품수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0.4%, 내년 2.2%로 각각 제시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570억달러, 내년 56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28만명, 24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7월 전망 때보다 각각 8만명, 6만명 늘어는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4%에서 내년 1.0%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한은은 "내년 중 수요측 물가 압력이 약하고 복지정책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공급측 하방 압력이 완화되면서 올해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성장흐름의 불확실성 요인 중 긍정적인 사안으로는 ▲ 정부의 확장적 경기대응책 ▲ 미·중 무역협상 타결 등에 따른 글로벌 보호무역기조 완화 ▲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 확산을 꼽았다. 경기 흐름을 어둡게 할 리스크 요인으로는 ▲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 글로벌 교역 부진 지속 ▲ 홍콩 시위사태 격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 중국의 내수 부진 심화를 지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