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필리버스터' 보장…1973년 폐지→2012년 재도입

민주, 야당 시절인 2016년 192시간 25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저지엔 실패
이종걸 '12시간 31분' 최장 발언 기록
DJ, 1964년 '5시간 19분' 필리버스터…기네스북 등재도
자유한국당이 29일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 동안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면서 앞선 필리버스터 사례에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필리버스터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법안과 선거제 개혁안의 본회의 의결을 저지하겠다는 한국당의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필리버스터란 의원들이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에 나서는 것으로, 국회법에 명시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한다.

국회법은 이를 '무제한 토론'이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거대 정당의 일방적인 안건 처리가 예상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법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끝내기 위해서는 토론에 나서는 의원이 더이상 없거나,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 국회 회기가 끝나야 한다. 필리버스터 종료가 선포될 때까지 본회의는 산회되지 않는다.

의원들은 1인당 1회에 한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해당 안건은 즉시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필리버스터는 지난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일명 국회선진화법(현 국회법)이 만들어질 때 다시 도입됐다.

이번에 한국당이 실제로 필리버스터에 들어가면 제도 재도입 이후 두 번째다.

지난 2012년 필리버스터가 다시 보장된 이후 첫 필리버스터는 지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민주당의 신청으로 이뤄졌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고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하자 곧바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가 폐지된 지 43년 만이다.

민주당은 2016년 2월 23일부터 9일 동안 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과 함께 필리버스터에 나섰고, 모두 38명의 의원이 참여해 총 192시간 2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의원은 12시간 31분 동안 연설을 이어가며 '최장 발언'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법안 처리 저지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회기 중에는 무제한 토론이 가능하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종결되며,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192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에도 결국 테러방지법의 표결 처리를 막지는 못했다.

필리버스터가 종료되자 테러방지법은 민주당을 포함한 당시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됐다.

반대로 필리버스터가 성공한 사례도 있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5시간 19분' 필리버스터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는데, 이때 필리버스터 시도는 성공으로 끝났다.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1964년 4월 동료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간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정권이 한일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자금 1억3천만 달러를 들려왔다"고 폭로했다가 구속될 위기에 처한 김준연 의원을 위해 구명 연설을 한 끝에 회기 종료로 구속동의안 처리는 무산된 바 있다.

또한 1969년 8월엔 당시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0시간 15분 동안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이는 본회의가 아닌 상임위에서의 발언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