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수능후 '어른 되는 법' 좀 가르쳐줬으면…

"누가 어른 되는 법 좀 체계적으로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
자칫 낭비되는 시간이 되기 쉬운 수능 이후 고3 시기를 유용한 교육을 받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나온다. '부모에게서 독립'이나 타지 생활, 취업 등을 앞둔 예비 사회인을 위해 정규 교과목이 가르쳐주지 않는 경제 상식이나 노동 법규, 세제 등 생활 지식을 배울 절호의 시기란 주장이다.

내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는 임형진(가명·19)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사이트를 찾아보니 세금, 주휴수당 등 조건이 있었는데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지원했다간 부당한 대우를 받겠다 싶었다"며 "사회인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많이 모르기 때문에 교육이 있다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올해 수능을 치른 이창호(가명·19)씨는 "고등학교 3학년생에겐 입시가 전부이다보니 수능이 끝나면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며 "배우는 프로그램보다 무엇인가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요구했다. SNS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매년 나온다.

트위터 이용자 'nueve_*******'가 올린 "청약(통장) 가입이라든지, 노동관련 지식, 연말정산, 세제 혜택 등을 누가 때맞춰 알려줬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의 트윗은 2만회 이상 공유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현진 대변인은 "교육이 입시에 매몰되다 보니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지 못해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실제 청소년 시기 실생활과 밀접한 지식에 관한 교육은 충분히 않은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 1만5천6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서 청소년 근로 권익(노동 인권) 교육을 받은 학생은 33.8%에 그쳤다.

공공기관이나 전문교육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이 8.5%였고, 아르바이트하는 곳이나 업체 본사에서 교육받은 학생은 3.2%였다. 보고서는 근로권익교육 경험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므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에 대한 청소년의 이해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1월 발표한 '2018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이해력은 62.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4.9점에 못 미쳤다.

조사대상 중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1.8점으로, 30대(64.9점), 40대(64.1점), 50대(63.1점)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올바른 금융 가치관 형성을 위해 학교 등 현장에서 경제와 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육부는 노동, 금융, 세금 등 예비 사회인이 되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겠다며 지난 8월 '수능 이후 학사운영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 고용노동연수원, 국세청 협조를 받아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수능이 끝난 지난 14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 길홍진 교육연구사는 "기존에도 학교별 수능 후 교육이 있었지만 보다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개별 학교의 교육 내용은 교장 재량이라서 해당 프로그램을 필수 교과로 설정할 수는 없지만 학교가 보다 다양하고 질 높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수능 이후 교육 당국이 실생활과 밀접한 예비 사회인 교육을 제공하더라도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도 있다.

서울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교사 A씨는 "체험학습 시간에 학생들이 교실에 나타나질 않는다"며 "학생들을 어떻게든 잡아두려고 간식 제공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하려는 노력과 수시와 수능 일정을 12월로 통합해 고교 3학년 2학기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며 "입시에 매몰된 고교 교육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실생활에 도움 되는 교육을 하는 건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