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맛 아는 로봇 만들어봐야죠"…MIT 김상배 교수

4족 보행로봇의 세계적 권위자…네이버 고문으로 올여름 합류
"인간 곁에서 위협주지 않으면서 생활환경 지능 갖춘 로봇 개발이 목표"
"손맛을 아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죠. 낚시할 때도 보면 손맛을 찾지 않습니까. 위치제어에 기반한 산업용 로봇으로는 인간의 생활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부드럽게 활동하는 그런 로봇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
네이버의 리서치조직인 '네이버랩스'의 기술고문으로 지난 7월 합류한 김상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부 교수는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상배 교수는 IT 생체모방 로봇연구소를 이끄는 4족 보행 로봇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누적 논문 인용 횟수가 6천건이 넘는 스타 학자다. 2006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인 '스티키봇'과 4족 로봇 '치타' 등도 그의 작품.
김 교수가 말하는 인간을 위한 로봇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환경지능'과 '신체지능'(피지컬인텔리전스)을 갖추고 사람에게 물리적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로봇이다.

영화나 SF소설에서는 쉽게 등장하는 이런 로봇을 현실에서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아직 불가능하고,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네이버의 유럽 인공지능(AI)연구센터인 프랑스 그르노블의 네이버랩스유럽(NLE)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주최한 '로보틱스를 위한 인공지능' 워크숍에서 만난 김 교수는 위치제어에 기반한 산업용 로봇은 사람 근처에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기술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람과의 인터액션(상호작용)에 쓰려고 하다 보면 많은 문제가 생겨요.

그런 로봇은 사실 걷는 것조차 불가능합니다.

걷고 뛰는 건 위치만이 아니라 힘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힘 제어를 못 하는 산업용 로봇이 책상에 부딪힌다면 로봇팔이 부서지거나 책상이 부서지거나 둘 중의 하나에요.

이런 로봇을 인간 곁에 둘 순 없는 것이죠."
로봇 공학자들이 이런 '힘 제어'를 이해해서 로봇에 응용한 역사는 매우 짧다고 한다.

달리는 로봇이 나온 것도 로봇이 힘을 기초적인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게 된 5년 전이라고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가 옆에서 설명했다.

김 교수는 힘 제어가 가능한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대뜸 땅콩버터 샌드위치 비유를 들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인데,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그냥 아이에게 땅콩버터를 빵에 바르는 걸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라고 하지만, 그걸 컴퓨터에 가르친다면, 이를 프로그램화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해요.

'바르다'라는 동사는 고도로 추상화된 단어거든요.

그래서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 앞으로 할 일이 무궁무진한 겁니다.

"
현재 로봇 소프트웨어의 수준은 탁자 위에 컵이 놓여있으면 그것이 컵이라고 인식만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로봇공학에서 AI가 화두가 된 것 역시 기존의 기술로는 너무 어려웠던 문제들이 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상당히 수월하게 풀려나가기 때문이라고.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도 "인공지능 연구자들도 로봇이 위치뿐 아니라 힘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면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AI가 훨씬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석 대표는 김 교수와 고교 시절 친구로, MIT 유학 시절에는 학생과 교수로 다시 조우한 인연이 있다.

그 인연이 이어져 김 교수는 석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랩스의 고문으로 합류해 네이버의 로봇·AI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컨설팅과 엔지니어 육성, 인재 발굴 등을 돕고 있다.

김 교수는 "산업용 로봇의 틀을 벗어나려고 학자들이 숱하게 노력했는데 중요한 부분들이 간과돼 진전이 없던 것을 네이버랩스가 간파했다"면서 "로봇 개발에 있어서 지능과 하드웨어의 중간 부분에 테크놀러지 갭(기술공백)이 너무 많고 무엇이 공백인지도 아직 잘 모른다. 이런 부분을 메우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