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 책임 놓고 유족-충북도 공방 여전…소송 가시화

충북도 "책임 통감한다" vs 유족 "책임 인정해야"
유족 측 "합의 불발 땐 국가배상소송 제기할 것"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2주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책임 문제를 둘러싼 해법이 요원하다.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충북도는 이 참사에 대한 '책임 통감'이란 문구를 합의서에 넣기로 했지만 유족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족 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협상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1일 충북도와 유족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25일 유족 측에 합의서 문안을 보냈다.

'도지사는 부덕의 소치로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점에 대해 책임감을 통감하고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한다'는 문장을 넣었다.

도는 그동안 '도의적 책임을 갖고' 수준의 문구를 합의서에 넣을 수 있다고 고집해 왔다. 그러나 화재 참사 2주기가 다가오면서 고심 끝에 '도의적'이라는 용어를 빼고 '책임 통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섰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 문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천화재 평가소위원회의 권고이기도 하다. 반면 유족 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은 심정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책임 인정'을 못 박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통감'은 마음에 사무치게 느낀다는 뜻이다.

도의적 책임은 있을지언정 법적 책임은 없다는 의미일 수 있고 피해를 본 도민을 포용한다는 뜻으로도 비칠 수 있다.

반면 '인정'은 확실히 그렇다고 여긴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충북도는 '책임 인정'이라는 문구를 합의서에 넣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소방장비 관리 소홀, 소방인력 부족에 따른 초기 대응 실패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는 유족 측의 주장을 전면 수용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충북도와 유족 간의 협상이 불발로 끝날 경우 지루한 송사가 시작될 수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합의가 되지 않으면 화재 참사 2주기를 전후해 충북도 등을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충북도 소방 공무원에 대한 형사재판은 불가능하지만 국가배상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충북도의 책임을 판결문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충북도 역시 유족 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