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트램이 안내합니다..."이번 역은 낭만역,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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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대항해 시대 풍경 간직한 포르투갈 리스본
'대항해 시대' 色 유약으로 멋낸 타일 보고, 원조 에그타르트 한입

골목을 걸으면 파두가 귓전을 울리는 도시

소설은 이렇다.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는 고전어에 평생을 바쳐온 고전문헌학자다. 다른 언어는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 57년의 인생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살아왔던 사람,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몹시도 꺼렸던 사람, 모든 것이 옛날 모습 그대로 유지되기를 고집하며 질서 정연하게 살아왔던 사람이다. 어느 비 오는 날 아침 그레고리우스는 학교로 출근하던 중 다리에 뛰어내릴 듯 서 있는 한 여자를 만난다. 그는 그녀가 내뱉은 ‘포르투게스’라는 포르투갈어의 멜로디를 따라 헌책방을 찾게 되는데 이곳에서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손에 넣게 된다.
포르투에서 출발한 기차는 보랏빛 석양을 지나 리스본에 도착했다. 그레고리우스가 문득 떠나온 도시. 노란색 트램이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나다니고 푸른색 아줄레주로 장식한 오래된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도시, 골목을 걷다 보면 아련한 파두가 귓전을 울리는 도시. 테주강(Tejo River) 하구에 자리한 리스본은 7개의 언덕으로 이뤄진 도시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리스보아라고 부른다. 1775년 대지진으로 도시 절반이 파괴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봤는데, 이후 대대적인 재건을 거쳐 지금의 도시가 탄생했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상 조르즈 성리스본은 ‘언덕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도시 대부분이 경사진 언덕을 따라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이 언덕길을 따라 난 골목 구석구석을 노란 트램이 돌아다닌다. 트램을 탄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알파마 지구다.
알파마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상 조르즈 성(St. George’s Castle)에 닿는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11세기에 포르투갈을 점령한 아랍인이 세웠다. 한때는 리스본을 방어하는 천혜의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은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리스본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아련한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인 파두(Fado)다. 라틴어 ‘Fatum(숙명)’에서 나온 말인데, 대항해 시대 선원들을 떠나보낸 뒤 남은 가족들의 눈물과 탄식을 표현한 노래다. 그만큼 애잔하고 서글프다. 파두 공연은 리스본 레스토랑이나 바 어디에서든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에그타르트의 원조 포르투갈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음식은 에그타르트다. 홍콩 또는 마카오 여행을 가면 흔히 먹는 에그타르트의 원조는 사실 포르투갈이다. 리스본에는 에그타르트 가게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원조 에그타르트 집은 단 한 곳뿐.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is de Belm)이다. 세계에서 에그타르트를 가장 먼저 만든 곳으로 1837년 시작해 현재 5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벨렝 빵집에 들어선 순간 벽면 타일에 적힌 ‘1837’이라는 숫자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벨렝 빵집에서 멀지 않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처음 탄생한 이 에그타르트는 수녀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달걀 흰자로 수녀복에 풀을 먹였던 수녀들이 쓰고 남은 달걀 노른자를 활용하기 위해 디저트를 만들게 된 것이 에그타르트의 시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만든 이 에그타르트의 비법을 벨렝 빵집에서 전수받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이야기.
동그랗고 작은 에그타르트는 겉은 바짝 익어 그을려졌다 싶을 정도의 색을 띠고 있었다. 테이블에 비치된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곁들여 한 입 베어 무니 ‘파사삭’ 하고 빵이 부서졌다. 빵이 부서지자 속에서 아주 촉촉한 커스터드 크림이 쭉 뿜어져 나왔다. 얇은 페이스트리의 바삭한 식감과 실크처럼 부드러운 크림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풍성한 맛이었다. 달걀 노른자 하나로 근사하고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브랜디 향과 견과류 향이 나는 포트 와인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과 홍콩에서 유명한데 본고장은 포르투갈이다. 그러나 두 나라의 에그타르트는 맛이 다르다. 먼저 홍콩의 에그타르트는 타르트 도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촉촉한 느낌의 쿠키’에 가까운 식감을 지닌다. 이에 비해 포르투갈의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 도우를 사용해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마카오는 홍콩과 접해 있지만 과거에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에그타르트 만드는 방법은 포르투갈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에그타르트와 함께 포르투를 대표하는 게 포트 와인이다. 포르투갈 북부 도루강(Douro R.) 상류의 알토도루 지역에서 재배된 적포도와 청포도로 주로 제조된다. 포트 와인(Port Wine)이라는 명칭은 이 지역의 수출을 담당한 항구 이름이 ‘오포르토’인데서 유래했다. 1670년대부터 영국으로 선적돼 왔는데, 1800년대 들어와 오랜 수송기간 동안 와인의 변질을 막고자 선적자들이 브랜디를 첨가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주정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이 됐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 ‘포트’라는 이름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포르투갈산 포트 와인의 명칭을 포르토(Porto)로 바꿨다. 알코올 함량은 18~20% 정도고 브랜디의 향,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난다. 식후에 주로 먹는다.바칼라우는 대구를 소금으로 절여 먹는 전통음식이자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요리다. 지역이나 제조법, 재료 등에 따라 다양하게 요리되는데, 그 종류가 365가지도 넘어 매일 다른 바칼라우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김치처럼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리스본(포르투갈)=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